동료 교사에 ‘헤드록’까지 걸었는데… 유명무실한 질환심의위

Է:2025-02-11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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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초등생 1학년 여아가 살해당한 대전 서구 한 초등학교에서 학부모가 어린 자녀와 함께 사망한 김하늘양을 위해 추모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 당국이 대전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학생을 살해한 여교사의 이상 행동을 미리 인지했으면서도 학생들과의 분리 권고 외에는 이렇다 할 방침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감 직권으로 문제 교사의 면직이나 휴직이 가능한 질환교원심의위원회도 열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교육 당국이 참극을 막을 수 있었던 기회를 방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대전시교육청에 따르면 전날 여덟 살 김하늘양을 흉기로 살해한 여교사 A씨는 지난해 12월 9일 우울증으로 인한 질병 휴직에 들어갔다. 당초 6개월 동안 휴직할 계획이었으나 20일 만인 지난해 12월 29일 학교에 복귀했다. A씨는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됐다’는 내용의 전문의 소견서를 첨부하며 교육청에 복직을 신청했다고 한다. 최재모 교육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휴·복직 업무 규정에 따르면 의사의 진단서를 첨부해 복직을 신청할 경우 30일 이내에 복직시키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A씨는 사건 나흘 전인 지난 5일 업무 포털에 빠르게 접속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컴퓨터 일부를 파손했다고 한다. 다음 날에는 동료 교사에게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최 교육국장은 “A씨가 불 꺼진 교실에서 혼자 서성이고 있으니까 동료 교사가 (말을 걸었는데) A씨가 동료 교사에게 헤드록을 걸거나 손목을 강하게 부여잡았다”고 전했다.

이에 사건 당일인 10일 교육지원청에서 장학사 2명이 현장 감사를 나갔다. 당시 A씨에 대한 대면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최 교육국장은 “해당 교사가 매우 불안정한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학교 관리자가 소통을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대면 조사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장학사들은 이후 연가나 병가를 통해 A씨와 학생들을 분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학교에 권고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A씨를 교감 옆자리에서 근무하도록 조치하는 데 그쳤다.

질환교원심의위에 대한 논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질환교원심의위는 정신적·신체적 질환이 있는 교원이 교직 수행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 가늠하기 위한 장치로 현재 서울 광주 세종 대전 등 일부 시도교육청에서 운영하고 있다. 대전시교육청의 관련 규칙에 따르면, 질환교원심위의는 위원장을 포함해 의료 및 법률 전문가, 공무원, 교직단체에서 추천하는 자, 학부모단체 인사 등 10인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결과에 따라 교육감 직권으로 직권 면직이나 직권 휴직이 가능하다.

최 교육국장은 “질환에 대한 휴·복직이 반복된다면 질환교원심의위 등을 통해 유심한 관찰이 있을 수 있는데 이번 건은 교사가 단 1회에 한해 휴직했기 때문에 대상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컴퓨터를 파손하고 동료에게 폭력적 행동을 하는 등 이상 행동을 보였는데도 질환심위의에 대한 검토 자체도 이뤄지지 않은 것은 사실상 제도가 유명무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일보가 이날 서울시교육청과 광주광역시교육청에 문의한 결과 최근 3년 이내에 질환교원심의위가 열린 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의 경우 마지막으로 열린 건 2019년이었다. 대전시교육청도 중등교육과의 경우 2020년 11월에 마지막으로 열렸고, 유초등교육과는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실제로 학교 현장에서는 부정적인 인식과 번거로운 절차를 피하기 위해 학교와 교원이 질환교원심의위가 아닌 청원 휴직 형식을 택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서울시교육청과 광주시교육청은 질환교원심의위와 관련한 제도 보완을 논의 중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각 기관의 의견을 받아 보완할 부분에 대해 수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광주시교육청 관계자도 “휴·복직 관련 절차 등을 검토 중”이라며 “미비한 부분을 찾고 보완점을 마련하기 위해 협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박상희, 박주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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