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기한을 연장해주지 않자 심우정 검찰총장은 26일 오전 전국 검사장 회의를 개최한 후 오후까지 장고를 거듭했다. 검찰 내부에선 윤 대통령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하지 못했으니 윤 대통령을 일단 석방하고 조사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의견부터, 법원 결정대로 기소 가능 여부를 판단해 신속히 처분하면 된다는 등 다양한 의견이 분출했다. 검찰은 윤 대통령 구속기한을 27일까지로 보고 있는데 기한 만료 직전까지 기소 여부를 놓고 고심을 이어간 것이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심 총장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12시50분까지 검사장 회의를 소집하고 윤 대통령 사건 처리 방향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경청했다. 이날 회의는 극도의 보안 속에 진행됐다. 심 총장이 검사장 회의를 소집한 것을 놓고 기소를 하기 위한 명분 쌓기라는 시각과 석방을 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이 검찰 일선에서도 엇갈렸다. 검찰 내부에선 법원이 연장을 불허하면서 수사 계획이 전부 꼬여버렸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날 전국 검사장 회의에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현재까지 수집한 증거들을 토대로 윤 대통령을 구속기소하겠다는 방침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장 회의 참석자들 사이에선 석방부터 구속기소까지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고 한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어떻게 결정하든 검찰이 욕을 먹을 수밖에 없게 됐다”며 “지휘부도 참 난감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검찰 내부적으로는 법원이 연장을 불허했고, 검찰이 계획한 피의자 조사를 할 수 없게 됐으니 절차적으로 윤 대통령을 석방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 결정에 따르면 검찰은 공수처가 송부한 사건에 대한 추가 수사를 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일단 윤 대통령을 석방한 후 공수처에 사건을 돌려보내고, 공수처가 피의자 조사 등을 다시 시도하는 맞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또 다른 부장검사는 “윤 대통령이 명시적으로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겠다는 말을 하지는 않았는데, 조사 없이 기소하는 게 맞느냐는 얘기도 나온다”고 전했다.
다만 윤 대통령이 이미 공수처 수사 단계에서 여러 차례 피의자 조사를 거부했고, 공소유지가 가능한 상황이라면 구속기소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법원은 구속연장 불허 결정을 내리면서도 공수처 내란죄 수사권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지는 않았다. 수도권의 한 차장검사는 “큰 틀에서 석방 결정을 한다면 공수처 수사가 잘못됐고 증거능력도 불안하다는 논리를 전개해야 하는데 가능한 방향일지 모르겠다”며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일리가 있지만 풀어주는 것은 검찰로서는 너무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어떤 결정이 나오든 검찰에는 후폭풍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윤 대통령 측은 검찰이 구속기소할 경우 재판에서 공수처 불법 수사를 검찰이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주장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석방 결정을 내릴 경우 윤 대통령 수사는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가며, 특검 도입론이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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