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의 대형 산불 피해 상황을 원자폭탄 투하 직후 일본의 히로시마와 비교한 미국 뉴스 채널 보도를 두고 일본에서 반발이 터져 나왔다.
13일(현지시간) 일본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미국 폭스뉴스 채널 앵커는 지난 11일 LA 산불로 불탄 현장 흔적에 대해 “LA의 (피해 지역) 일부는 원자폭탄이 떨어진 직후의 히로시마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보도 화면 하단에는 ‘LA 일부는 히로시마처럼 보인다’는 자막이 삽입됐고, 배경에는 LA 산불 피해 지역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원폭 피해를 입은 히로시마 모습을 나란히 비교한 사진이 배치됐다.
또 LA 경찰관도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산불 피해 상황을 설명하며 “이 지역에 원폭이 투하된 것 같은 상황”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LA 산불 피해의 심각성을 전하고자 한 의도로 풀이되나 일본에서는 반발 여론이 일었다. 일본 SNS에는 “산불을 원자폭탄과 비교해선 안 된다” “일본이 놀림당하는 느낌이다” “당시 히로시마 사람들은 도망갈 수 없었다” 등의 반응이 빗발쳤다.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받은 니혼히단쿄(일본 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도 관련 입장을 냈다. 니혼히단교 미마키 도시유키 대표위원은 원폭과 산불 피해는 애초 비교 대상이 아니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LA 산불 피해에 대해 “자기 집이 불탄 이도 있어 안타깝다”면서도 “히로시마의 희생은 단순한 화재가 아니라 핵무기를 사용한 큰 재난이었다. 아직 그런 발언을 하는 이들이 세상에 있다고 생각하니 슬프다”고 지적했다.
1945년 미군 원폭이 투하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는 주민 약 12만명이 바로 사망했고, 이후 몇 년간 비슷한 인원이 후유증 등으로 추가로 숨졌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산불로 평가받는 LA 산불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지난 7일 시작된 산불로 지금까지 사망자와 실종자가 각 16명 발생했다. 불 탄 건물은 1만2000채에 달하고 현재까지 파악된 재산 피해액은 1500억 달러(약 221조원)를 넘어섰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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