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경북 안동 병산서원에서 KBS 드라마 촬영팀이 시설물을 설치하면서 문화재를 훼손했다는 목격담이 나오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건축가인 A씨는 2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지난달 30일 병산서원을 찾았다가 겪은 일을 공유했다. 그는 KBS 드라마 촬영팀이 드라마 촬영을 위해 등을 달려고 나무 기둥에 못을 박고 있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A씨는 “(주변을) 둘러보니 이미 만대루의 기둥에는 꽤 많은 등이 매달려 있었다. 나이가 지긋하신 중년의 신사분이 스태프들에게 항의하고 있었고, 가만히 보고 있을 수가 없어 나도 ‘문화재를 그렇게 훼손해도 되느냐’며 거들었다”며 “작업을 진행하고 있던 스태프들은 귀찮다는 듯 ‘이미 안동시의 허가를 받았다. 궁금하시면 시청에 문의하면 되지 않겠느냐’며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성을 내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쉽게 생각하면 못 좀 박는 게 대수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한옥 살림집에서도 못하나 박으려면 상당히 주저하게 되는데 문화재의 경우라면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며 “또한 문화재를 촬영장소로 허락해주는 것도 과연 올바른 일일까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더욱이 공영방송인 KBS의 드라마 촬영과정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A씨는 안동시청에 해당 사실을 알리고, 다수의 언론사에도 제보했다고 덧붙였다.
A씨의 글이 퍼지면서 온라인상에선 비판이 잇따랐다. “촬영 허가를 받았다고 해서 뭐든지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오래된 나무는 못질을 잘못하면 쪼개질 수도 있는데 상식 밖의 일이다” “저럴 거면 따로 세트장을 만들어 찍어야 했다” “문화재를 드라마나 영화 세트장으로 빌려주는 것 자체가 별로인 것 같다” 등의 반응이 있었다.
안동시청 관계자는 국민일보에 “드라마 촬영은 허가받은 것이 맞지만 시설물 설치에 대해선 협의된 사실이 없었다”며 “민원인께서 바로 연락을 주셔서 설치된 시설물은 바로 철거 요청을 하고 추가로 더 설치하지 않는 것까지 현장에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시가 드라마 촬영을 허가할 당시 ‘문화재를 훼손하는 행위를 금한다’는 조건도 포함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안동시청 측은 못질 등 시설물 설치 과정에서 문화재가 훼손된 정도를 파악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KBS 측은 “이유를 불문하고 현장에서 발생한 상황에 대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현재 정확한 사태 파악과 복구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당시 상황과 관련해 해당 드라마 관계자는 병산서원 관계자들과 현장 확인을 하고 복구를 위한 절차를 협의 중에 있다”면서 “앞으로 재발 방지 대책과 추가로 발생할 수 있는 피해 상황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