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에도 윤석열 대통령 관저 앞은 대통령을 지지하는 측과 비판하는 시민들의 대치가 이어졌다. 양측의 갈등이 증폭되며 대통령을 지지하는 유튜버와 반대 측 시민 간에 폭행 사건도 벌어졌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의지를 표명하면서 당분간 집회도 이어질 전망이다.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신자유연대 등 보수단체들이 주최한 집회가 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열렸다. 전날에 이어 3000여명 남짓한 대통령 지지자들은 “계엄합법” “탄핵무효” 등 손팻말을 들고 집회에 참여했다. 이들은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대통령을 옹호하는 한편, 전날 헌법재판관 2명을 임명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을 향해 “배신자” “사퇴하라” 등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이들은 공수처가 발부받은 윤 대통령 체포영장은 불법이고, 비상계엄 선포는 고유의 통치행위이므로 내란죄가 성립될 수 없다는 식의 주장을 반복했다. 집회 트럭에 올라 마이크를 잡은 한 시민은 “중국이 개입한 부정선거를 밝혀내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게 어떻게 내란이냐”며 “우리가 대통령을 수호해야 한다”고 소리쳤다.
이날 한 유튜버와 시민 간 폭행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구독자 5만명을 보유한 유튜버는 대통령을 비판하는 시민과 말다툼을 벌였다. 한 남성이 뒤에서 뺨을 밀치자 유튜버가 뒤로 돌아 휴대폰 거치대로 남성을 내려쳤다.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박모(62)씨는 “우리를 빨갱이라고 외치며 지나가던 중 갑자기 뒤로 돌더니 거치대로 내 머리를 강하게 때렸다”고 말했다. 박씨는 두통과 어지러움을 호소해 인근 병원 응급실으로 이송됐다. 경찰은 유튜버를 현행범 체포하지는 않았다. 박씨에게 당시 상황에 대한 진술을 확보한 경찰은 향후 자세한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보수단체 집회가 2개 차선을 점유해 버스정류장 이용에도 차질이 생기면서 시민들도 불편을 겪었다. 박모(29)씨는 서울 시청역에 마련된 무안 제주항공 참사 분향소로 가기 위해 차도 한복판에 설치된 임시정류장에서 버스를 탔다. 박씨는 “차가 쌩쌩 달리는 도로까지 나가 버스를 타야했다”며 “집회를 하는 건 자유라지만, 시민들 안전까지 위협하는 건 아닌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공수처는 조만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관저 앞 긴장감도 한층 더 고조될 전망이다. 이날 오동운 공수처장은 “적법하게 발부된 체포·수색 영장을 적법하게 집행할 것이며 영장 집행에 응하지 않을 시 공무집행방해로 인식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은 영장 기한인 오는 6일 이전에 집행될 예정이다. 체포영장 집행시 대통령 체포를 막으려는 대통령 경호처와 수사기관 간 대치가 예상된다.
한웅희 기자 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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