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남자부 KB손해보험이 이사나예 라미레스(41·브라질) 한국 남자 배구대표팀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내정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대표팀 지도자 전임제’가 유명무실해졌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배구협회는 라미레스 감독의 겸직을 일찌감치 허용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배구협회 관계자는 18일 국민일보에 “라미레스 감독과 계약 후에 ‘기회가 되면 국내 구단 감독으로 가도 좋다’는 취지로 사전에 이야기한 적이 있다”며 “포괄적인 의미에서 겸직을 허용했을 뿐, 세부적인 문제는 한국배구연맹(KOVO)과 구단이 해결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KB손해보험은 최근 새 사령탑 자리에 라미레스 감독을 낙점하고 선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시즌 개막 전 미겔 리베라 감독이 건강상의 이유로 떠난 뒤 마틴 블랑코 수석코치에게 지휘봉을 넘겼으나, 감독 대행 체제로 시즌을 치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내정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논란이 일었다. 라미레스 감독의 신분 때문이다. 라미레스 감독은 지난 3월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됐다. 만약 그가 KB손해보험 감독직을 수락하면 클럽팀과 대표팀을 오가며 지휘하게 된다.
가장 큰 쟁점은 연맹과 배구협회가 협조 속에 유지해온 ‘대표팀 감독 전임제’다. 연맹은 대표팀 감독 전임제 비용을 포함해 국가대표 지원금 명목으로 배구협회에 매년 5억원을 지급하고 있다. 배구협회는 “상황이 달라진 만큼 대표팀 사령탑 보수도 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대표팀 감독 선임 당시 배구협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라미레스 감독이 “전임 감독으로서 국가대표팀에만 전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배구협회의 설명에 따르면 라미레스 감독이 구단과 접촉하기 전에도 겸직이 가능했던 셈이다. 연맹 관계자는 “지도자 전임제도나 지원금 등이 얽힌 문제인데 사전 협의가 필요했다”며 배구협회의 처사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배구협회가 일관성을 잃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9년 대표팀에서 OK저축은행 감독으로 옮겨가려던 김호철 감독에게 배구협회는 강경한 태도를 보인 바 있다. 당시 배구협회는 김 감독을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제소했고, 김 감독은 결국 1년 자격정지를 받아 자진사퇴했다. 배구협회는 “김 감독은 당시 이적에 관해 협회와 미리 상의하지 않았다”며 “엄연히 경우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남자부 일부 구단에선 강하게 반발 중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배구협회의 태도가 일관성이 없다”며 “이번 사태로 대표팀 지도자 전임제도의 취지를 잃어버릴까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면서 이날 남녀 14개 구단 단장은 연맹 이사회에서 관련 내용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누리 기자 nur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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