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파병된 북한 군인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총알받이’로 전락할 위험에도 불구하고 정권을 향한 세뇌된 충성심, 굶주림에서 벗어나고 싶은 열망, 바깥 세계에 대한 동경에 의해 기꺼이 파병에 자원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북한 정권이 보유한 상비군이 약 120만명 규모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러시아에 추가 병력을 보낼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군인 출신 탈북자 여럿과 북한 군사 전문가 인터뷰를 바탕으로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 군인들이 지닌 충성심과 결의는 단순한 총알받이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들 중 상당수가 죽을 각오가 되어 있고 고국의 암울한 상황을 벗어나고자 하는 열망의 크기를 간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019년 탈북한 군인 출신 탈북자 유성현(28)씨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자신이 복무 중 러시아 파견을 명령받았다면 “적어도 식사는 더 나을 것이라는 생각에 감사해하며 명령에 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 역시 북한군이었던 시절 이번에 러시아에 파병된 많은 북한 병사와 마찬가지로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한 채 건설 현장에서 벽돌을 옮기는 노동에 시달렸다고 했다.
이어 어릴 때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권에 대한 충성심을 세뇌받은 이들에게 러시아 파병은 김정은 정권에 돈과 명예를 가져다줄 ‘일생일대의 기회’로 여겨졌을 것이라며 “북한 군인들은 김정은을 위해 무엇이든 해야 한다고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직 미군 특수부대 장교 데이비드 맥스웰은 이번에 러시아에 파병된 것으로 알려진 북한 특수부대 11군단, 이른바 ‘폭풍군단’의 군인들이 전투력 면에선 약할지라도 정권에 대한 충성심과 극한의 위험을 감수하려는 의지는 고도로 훈련받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폭풍군단 출신 탈북민 이현승(39)씨는 과거 북한에서 군사 훈련 외에도 김 위원장의 명령을 암기하고 최고지도자를 위해 죽을 각오를 다지는 사상 교육을 매일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에 파병된 북한 군인들도 분명 이 같은 교육을 받았을 것이라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들이 전쟁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희생될 수 있지만 러시아로 가라는 지도자의 명령에 감히 의심을 품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1998년 탈북한 전직 북한 장교 심주일(74)씨는 북한 군인들이 과거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군인과 그 가족들이 엄청난 신분 상승을 누렸던 것을 목격했기 때문에 이번 러시아 파병도 그와 같은 기회로 여길 수 있다고 WSJ에 말했다.
그에 따르면 당시 베트남전에서 살아 돌아온 공군 조종사는 영웅 대접을 받아 고위 장교로 진급했으며 전장에서 사망한 조종사의 아내도 노동당 내 고위직에 올랐다.
WSJ는 북한의 이번 1차 파병을 우려하게 만드는 것은 북한이 추가 파병 여력이 있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북한은 현재 세계 최대 규모인 약 120만명에 달하는 상비군을 보유하고 있다.
박상희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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