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70대 할머니를 차로 치고 현장을 떠난 남성이 일명 ‘술타기’ 수법으로 음주운전 혐의를 회피하려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술타기란 음주 측정 결과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목적으로 술을 추가로 마시는 행위를 의미한다.
29일 부산 사상경찰서에 따르면 60대 남성 A씨는 지난 28일 오전 5시쯤 부산 사상구 강변대로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몰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70대 여성 B씨를 치고도 구호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로 입건됐다.
A씨가 그대로 차를 몰고 현장을 떠난 뒤 B씨는 뒤따라오던 또 다른 SUV에 치여 그 자리에서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같은 날 오후 3시쯤 A씨가 다니는 회사에서 그를 검거했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정지(0.03% 이상~0.08% 미만)에 근접한 수준이었다고 경찰 관계자는 국민일보에 설명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람을 친 지 몰랐다”며 “오전 9시에 술을 마신 것이고, 사고 당시 음주 상태는 아니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오전 5시쯤 사고를 낸 뒤 다른 곳에 들르지 않고 곧장 회사로 출근했다. 그는 사고 4시간 뒤인 오전 9시쯤 직장과 1.3㎞ 떨어진 편의점에서 소주를 구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편의점까지는 차를 몰고 갔다. 술을 산 뒤에는 차를 몰고 회사로 돌아와 오전 10시30분쯤 소주 반 병 정도를 마셨다고 A씨는 진술했다.
경찰은 A씨가 음주 상태로 사고를 낸 사실을 숨기기 위해 사고 후 고의로 술을 마셨을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사망사고를 낸 뒤 도주한 것도 문제가 있지만 음주운전이 의심되는 상황이라 이를 입증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A씨에 대해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과 도주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 5월 발생한 가수 김호중의 음주 사고 논란 이후 음주운전 처벌을 회피하기 위해 술타기 수법을 시도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8월 경남 밀양에서는 음주운전으로 뺑소니 사망사고를 내고 다시 술을 마셔 혈중알코올농도 측정을 방해한 50대가 재판에 넘겨졌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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