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전 참전을 결심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 파병을 한국을 압도할 기회로 여기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지난 28일(현지 시각) 북한 전문가인 로버트 칼린 미들베리 국제 연구소 연구원과 시그프리드 헤커 미국 스탠퍼드대 명예 교수를 인용한 기드온 라흐만 수석 외교 논평가의 기고문을 통해 “김정은은 전쟁을 결심한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 그는 한-미 밀착 속 미국과 관계 개선이라는 목표를 폐기했다. 그의 최근 언행을 보면 핵을 포함한 군사적 해법을 향하고 있다”라면서 이렇게 주장했다.
FT는 “김정은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미국이 장기적으로 쇠퇴하고 있다는 전망을 공유한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헌법에서 통일이라는 표현을 지우고 한국을 적대 국가로 규정한 북한이 이번 기회를 찬스로 여기고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 이란 등 ‘악의 축’ 중 가장 낮은 주목을 받아왔는데 러시아 파병을 통한 우크라이나전 참전이 북한의 위험스러운 전환을 잘 보여준다는 것이 FT의 판단이다.
FT는 또 “서방에서는 북한을 우스꽝스러운 조롱거리로 여기는 분위기가 만연했다. 북한은 핵을 쏘기보다는 ‘코믹한 밈(패러디물)’을 발사하는 나라에 불과했다. 북한의 군사 역량을 과소평가하며 김정은 정권을 농담처럼 대했다”라고 짚었다. 그러나 북한은 서방의 제재 속에서도 이란과 시리아가 하지 못한 핵 개발에 성공했고 대륙 간 탄도 미사일을 만들어내고 상당한 수준의 해킹 능력까지 갖추며 무시하지 못할 위협으로 부상한 것이 현실이다.
FT는 러시아에 간 북한군에 대해 “서방에서는 지원 역할을 담당하거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접경지인 쿠르스크에서 우크라이나군에 대응하는 역할을 맡는다는 것이 서방의 애초 관측이다. 그러나 서방은 푸틴과 김정은의 급진성을 계속 과소 평가해왔다. 그런 차원에서 북한군이 직접 우크라이나에 들어가 러시아의 공격에 가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군 전체 병력은 130만명 이상으로 세계 4위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FT는 아울러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군사 기술을 이전받을 가능성과 별개로 “김정은이 한반도 갈등 상황에서 러시아가 개입하기를 바랄 수 있다. 이는 한국과 미국, 유럽 모두에 매우 어려운 문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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