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대협회)가 국민의힘이 주도하는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2025학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 없이는 대화에 참여하지 않겠다던 의료계가 한발 물러서면서 의정갈등의 실타래가 풀릴지 주목된다.
대한의학회와 KAMC는 22일 공동 입장문을 내고 “국민과 환자의 건강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할 때 잘못된 정책 결정으로 인한 의료의 붕괴를 더 이상은 묵과할 수 없다”며 “전공의 수련 교육을 책임지는 대한의학회와 의과대학 학생교육을 담당하는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는 협의체에 참여하기로 결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의 일방적인 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 정책으로, 의대생들과 전공의들이 학업의 자리와 의료 현장을 떠나는 상황이 벌써 8개월째 이어지고 있다”며 “우리나라에 현대식 의료가 시작된 이후 지금처럼 엄중한 상황은 없었고 한국의 의료는 완전한 붕괴의 초입에 들어섰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의대생-전공의’로 이어지는 의료인 양성 시스템의 장기 중단 사태는 의료 시스템의 되돌릴 수 없는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며 “지금 이 순간에도 붕괴를 알리는 초침이 ‘째깍 째깍’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면서 "수백, 수천 번의 번민과 숙고 끝에 백척간두에 선 심정으로,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두 단체는 여아의정 협의체에서 논의돼야 할 5가지 사항을 제시했다.
이들은 “의대생이 제출한 휴학계가 여야의정 협의체 발족에 앞서 대학의 자율적 의사에 따라 허가돼야 한다”며 “2025학년도·2026학년도 의대 정원 논의와 함께 의사정원 추계 기구 입법화를 위한 구체적인 시행계획과 로드맵도 설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의대생 교육, 전공의 수련 기관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교육과 수련 내실화와 발전을 위한 국가 정책 수립과 지원이 보장돼야 한다”면서 “의료인력의 자질과 역량을 담보하기 위해 의학교육의 질적 수준을 평가인증하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독립성과 자율성 확보도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 등에서 의료계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정책들이 발표되고 있다”며 “의개특위는 개편을 통해 의료계가 모두 인정할 수 있는 투명하고 합리적인 정책 결정의 장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에 대한 동의가 아닌, 정책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전문가의 책임감에서 비롯된 결정”이라며 “정부와 여야 역시 진정성을 가지고 협의에 임해 주길 충심으로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말했다.
여권에 따르면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대한의학회, KAMC와 접촉해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가진 차담(茶談)에선 한 대표가 조속한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이 필요하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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