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일본도 살인 사건’의 피해자 유족 측이 신상공개제도의 일원화된 기준과 절차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족 측 법률 대리를 맡은 법률사무소 빈센트의 남언호 변호사는 14일 입장문을 통해 “신상공개제도의 모호한 요건과 자의적인 법 집행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영장 발부 제도에 준해 검사의 청구에 의해 법원이 공개 여부를 결정하는 일원화된 기준과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도 살인 사건’뿐만 아니라 지난 8월 일어난 중랑구 ‘흡연장 살인’ 사건의 유족 측 법률 대리인이다. 남 변호사는 ‘흡연장 살인’ 피의자인 최성우(28)의 신상 정보가 공개된 데 반해 ‘일본도 살인 사건’의 경우 피의자 백모(37)씨의 신상이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을 언급했다.
남 변호사는 ‘공소제기 시까지 특정 중대범죄 사건이 아니었으나 재판 과정에서 특정 중대범죄 사건으로 공소사실이 변경된 사건’에 대해서만 검사의 청구를 통해 법원이 신상정보 공개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중대범죄신상공개법 제5조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수사 단계에서부터 특정 중대범죄 사건(살인 등)으로 수사된 사건은 공소제기가 되더라도 별다른 방법 없이 신상정보 공개의 대상조차 되지 못하게 제한한 셈이라는 것이다.
앞서 ‘일본도 살인 사건’의 피해자 유족 측은 지난 4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권성수 부장판사)에 백씨의 신상 공개를 촉구하는 의견서를 냈다.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 수사 단계에서부터 특정 중대범죄 사건으로 분류돼 이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유족 측은 지난달 9일 검찰에도 백씨의 신상 공개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남 변호사는 또 이들 사건의 피고인들에게 법정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하고 판결이 확정된 후 6개월 이내에 사형 집행을 명령해 달라고 사법기관과 대통령실, 국회, 법무부 장관 등에게 촉구했다.
백씨는 지난 7월 서울 은평구의 아파트 정문 앞에서 날 길이 75㎝의 일본도를 휘둘러 같은 단지 주민인 남성 A씨(43)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백씨 측은 정당방위였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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