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통화를 갖고 양국 관계 전반에 대해 논의했다. 두 정상이 전화로 소통한 건 지난 8월 이후 처음이지만 양국 간 이견을 좁히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함께 네타냐후 총리와 통화를 갖고 이스라엘 안보에 대한 굳건한 의지를 확인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정상 통화가 30분 진행됐으며 “직접적이고 생산적이었다”고 전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레바논 상황과 관련, 국경 지역의 레바논와 이스라엘 국민이 안전하게 고향에 돌아갈 수 있도록 외교적 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이스라엘이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권리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레바논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가자지구 주민들의 인도적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월스리트저널(WSJ)은 두 정상이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반격에 대해 논의했다고 이스라엘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WSJ는 그러면서 ”미국과 이스라엘 모두 두 정상이 이란 공격에 대해 합의를 이뤘다는 신호를 보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백악관 보도자료에서도 “두 정상은 향후 직접 통화하거나 보좌진을 통해 긴밀히 소통하기로 동의했다”고만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 간의 갈등은 갈수록 깊어가는 분위기다. 언론인 밥 우드워드는 출간 예정작인 ‘전쟁’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가 ‘전략이 없다’고 여러 차례 비난했다고 전했다. 지난 7월 이스라엘이 베이루트 교외와 이란을 공습했을 때는 욕설까지 섞어가며 고함을 쳤다고 한다.
사정을 잘 아는 미국 관리는 로이터통신에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와 직접 통화할 때 또는 집무실에서 그에 대해 논의할 때 날카롭고 직설적이며 정제되지 않은 화려한 언어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 입장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불만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와 헤즈볼라에 대해 중대한 전술적 승리를 거뒀다고 보고 있다. 헤즈볼라의 경우, 미국과 양국 정보 당국자들은 헤즈볼라의 미사일 전력이 절반 이상 파괴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반면 미국 관리들은 이스라엘이 하마스와 헤즈볼라에게 거둔 전술적 이익을 전략적 승리로 굳혀야 한다는 입장이다. 휴전 협정을 시작으로, 궁극적으로 ‘두 국가 해법’까지 이뤄냄으로써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자는 것이다. 미국 관리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정치적 협상에는 관심이 없고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 기습 공격으로 실추된 자신의 위신을 되살리는 데만 집중한다는 불만을 갖고 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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