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 간의 경영권 분쟁이 4일 분수령을 맞았다. 지난달 시작된 영풍·MBK 연합의 고려아연 공개매수 청약이 이날 종료되고 고려아연과 글로벌 사모펀드(PEF)의 대항 공개매수가 시작됐다. 고려아연 측은 응찰한 주식이 단 1주일지라도 응모주식 전량을 다 매수하는 초강수도 뒀다. 고려아연 주가가 MBK파트너스가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인 75만원을 넘어서는지 여부가 쩐의 전쟁의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영풍·MBK의 자사주 공개매수 청약은 이날 오후 3시 30분까지 주관사인 NH투자증권 오프라인 지점 또는 온라인(홈페이지·HTS·MTS)을 통해 이뤄진다. 본래 종료일은 오는 6일이지만, 5∼6일이 주말인 관계로 실질적인 청약 마감일은 이날이다.
이에 맞서 최 회장이 이끄는 고려아연은 베인캐피탈과 손잡고 이날부터 23일까지 자사주식 372만6591주를 주당 83만원에 사들이는 공개매수를 진행한다. 공개매수가격은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제시한 가격(75만원)보다 8만원(10.7%) 많다. 최대 취득 지분도 18%(고려아연 15.5%, 베인캐피탈 2.5%)로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최대 취득 지분인 14.61%보다 높다.
고려아연은 지난 2일 처음 공개매수 계획을 발표할 때는 공개매수 응모수량이 121만5283주(발행주식 총수의 5.87%)에 모자라면 매입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개장 전 공시한 공개매수신고서에서는 해당 조건을 삭제하고 신청 주식을 모두 사들인다고 밝혔다. 투자자들이 추후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위험을 질 필요 없이 보유 지분 전량을 고려아연에 매각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고려아연은 향후 공개매수로 취득한 자사주(최대 지분 15.5%)를 모두 소각할 방침이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남은 주식들의 가치가 커진다는 점에서 주주 친화 정책이란 게 고려아연 측의 설명이다.
‘쩐의 전쟁’의 향방은 고려아연 주가에 달려있다. 주가가 영풍·MBK 연합이 제시한 75만원보다 크게 오르면 투자자들이 공개매수에 응할 유인이 사라진다. 최소 물량을 채우지 못하게 유도한 최 회장의 전략이 먹혀드는 셈이다. 고려아연 주가는 오전 11시 25분 현재 전 거래일 대비 4만5000원(6.31%) 급등한 75만8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MBK·영풍 측은 시장 상황을 지켜본 뒤 추가 공개매수가 상향 여부를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만약 MBK가 이날 공개매수 조건 변경에 나선다면 공개매수 기간은 열흘 뒤인 14일까지로 늘어난다.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는 영풍·MBK 연합보다 조건이 좋지만, 영풍이 가처분을 신청하면서 불확실성이 남아있다. 영풍은 지난 2일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는 회사와 전체 주주의 이익을 해하는 배임 행위에 해당한다며 공개매수절차중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는 2일 기각된 가처분과 별도의 사건으로, 영풍과 MBK는 자기자본 감소로 부채비율이 상승하는 등 회사에 손실을 입힌다고 주장하고 있다. 1차 가처분에서는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의 가격, 수량, 방법 등 구체적인 내용과 배당가능이익 한도 등에 대해 다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2차 가처분에서 위법성을 판단 받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고려아연 측은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취득이 위법일 뿐 아니라 배임에 해당한다며 허위 사실과 거짓 선동을 이어가고 있다”며 “주주들을 불안하게 만들기 위한 목적의 이 같은 시세 조종과 자본시장 교란 행위에 대해 금융당국 진정 등 형사 조치도 진행했다”고 밝혔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