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비밀합의 약정금’의 지연손해금 약 270억원을 지급하라며 낸 소송에서 법원이 삼성물산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2부(재판장 최욱진)는 엘리엇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267억원을 지급하라”며 낸 약정금 반환청구 소송의 선고기일을 열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삼성물산과 엘리엇의 합의서의 내용은 실질적으로는 주식매매대금과 같지만 다른 명목으로 지급된 금원을 포함하기 위한 규정으로 해석될 뿐”이라며 “지연손해금을 포함하기 위한 규정으로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 주식 7.12%를 보유하던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하며 주식매수청구권 신청을 냈다. 합병 과정에서 삼성물산 주식이 지나치게 낮게 평가받았다며 법원에 판단을 구한 것이다.
소송이 진행되던 중 다른 주주들의 대법원 재판에서 1주당 주식매수 가격이 5만7234원은 너무 낮고 6만6602원이 적정하다는 판결이 나오자 엘리엇은 소송을 취하하는 조건으로 다른 주주들과 동일하게 보상받는다는 내용의 비밀합의를 맺었다. 이후 엘리엇은 2022년 5월 소송을 취하한 뒤 삼성물산으로부터 724억원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엘리엇은 비밀합의에 따라 삼성물산이 지연손해금 267억원 등을 더 지급해야 한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비밀합의에는 다른 주주와의 소송에서 청구가격이 바뀌면 그에 맞춰 차액분을 지급해달라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삼성물산은 합의 약정서에 따라 2015년에 지급된 금액 안에 지연손해금도 포함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맞섰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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