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질병 코드로 불리는 ‘게임이용장애’의 국내 도입 여부를 논의하는 중에 ‘기울어진 운동장’ 논쟁이 발발했다. ‘누가 더 약자 입장인가’에 대한 의견 차가 나면서다.
발단은 이해국 가톨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발언이다. 12일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도입 관련 공청회에서 이 교수는 게임 산업계와 정신 의학계가 불공평한 기울어진 운동장에 있다면서 “22조 게임 산업에서 약 5조원에 달하는 마케팅비로 미디어를 움직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로 인해 질병코드 도입을 반대하는 일방적인 목소리만 미디어에 나오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WHO가 질병코드 등재를 결정한 상황에서 뒤늦게 반대 논리를 찾아야 하는 게임 산업계가 우위일 수 없다는 반박이 나왔다. 박건우 고려대 안암병원 뇌신경센터장은 “이미 정신의학계는 오랜 기간 연구를 거치고 데이터를 쌓았다. 반면 게임 산업계는 이제 막 시작한 입장이라 빈약하다”면서 “보통 질병이 있으면 의사에게 물어본다. 의사가 ‘질병이다’ 하면 뭐라고 반박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의사는 질병으로 등록되면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도입 찬성 측의 이상규 한림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낙인 효과’로 인해 되려 정신의학계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교수는 “아이들 중 게임 과몰입 후 1~2년이 지나서 오는 아이들이 있다”면서 “빨리 치료하면 좋을텐데 부모님이 아이를 정신과에 데려오는 걸 싫어한다. 평생 문제가 될 것 같다는 낙인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이런 낙인화로 인해 더 큰 문제가 나온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 교수는 “게임 때문에 잠을 안 자고 일상 생활을 제대로 못하는 학생들이 많다. 세계적으로 체계적인 보고가 나온다”면서 “게임이용장애는 건강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게임도 그렇지만 다른 중독 문제에 대해 더 많은 투자가 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해국 교수는 SNS나 숏폼 중독과 대비되게 게임은 과몰입에 대한 표본·비교군이 명확히 많다면서 “게임만 왜 중독으로 보냐고 억울해 하겠지만 SNS나 숏폼은 뇌 연구가 어렵다. 기타 디지털 중독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는 정도”라고 말했다.
또한 “게임을 좋게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게 무슨 중독이냐고 얘기하는 분이 아직도 있다. 오늘 이후로는 안 했으면 좋겠다. 수준 낮은 이야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문석 한성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게임질병코드가 등록됐을 때 교육, 산업 등 각 분야에 직접적,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어느 정도 영향일지 제대로 된 분석이 없으니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독 증상이나 정신 건강에 대해 환산해보고 그러지 못한 건 정성적으로 평가하는 등 종합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소모적인 논쟁이 지속되고 있지만 같이 설계하고 분석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