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일상화되며 북미 여러 도시에서 최대 실내 온도를 규정해 세입자를 더운 날씨로부터 보호하는 조항을 추진하고 나섰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링컨 레슬러 뉴욕시의원은 7월 임대인이 임대 주택에 에어컨을 설치하고 유지·관리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제출했다. 6월 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 실외 온도가 화씨 81도(섭씨 27.2도)를 초과할 때 주택 내부 온도는 화씨 78도(섭씨 약 25.6도) 이하로 유지돼야 한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임대인은 4년간의 유예 기간 안에 해당 조치를 완료해야 한다. 이후 조치 미이행 시 매일 최대 1250달러의 벌금이 부과된다.
앞서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감독위원회는 올해 1월 주거용 임대주택의 최대 실내 온도 한도를 정하고 세입자가 자체 시스템을 설치할 수 있도록 냉방 준비를 의무화하는 조례를 승인하기도 했다.
미국 내 많은 지역에서 유사한 규정을 시행하고 있다. 텍사스주의 댈러스와 휴스턴, 캘리포니아주의 팜 스프링스, 메릴랜드주의 몽고메리 카운티는 지역별로 화씨 80도~85도(섭씨 약 26.7도~29.4도) 사이에서 온도 기준을 정해 이를 초과하지 않도록 하는 규정을 시행하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더운 도시 중 하나인 피닉스에선 세입자가 서면으로 불만을 제기한 후 10일 이내 임대인이 에어컨을 수리해야 한다.
지난달 출범한 세입자연합의 창립 이사인 타라 라구비어는 “상황이 바뀌고 있으므로 무언가를 해야 한다”며 “우리 주택의 비상사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캐나다의 임차인들도 이와 유사한 요구를 하고 있다. 토론토와 캘거리의 임차인 권리 단체는 임대인이 섭씨 26도로 냉방을 하도록 규정한 조례 제정을 촉구했다. 온타리오주 해밀턴 시의회에선 캐나다 최초로 임대 주택 내부 온도 상한을 의무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특히 캐나다는 주로 냉대기후 지역이 많아 오래된 건물들이 겨울 보온성에 초점을 맞추도록 설계돼 여름에 열기가 잘 빠지지 않는다. 하우센 총 토론토환경연합 관계자는 “우리는 더 이상 1년 내내 그런 기후에서 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임대인들은 이같은 움직임에 반대하고 있다. 냉방 시스템 설치 비용으로 인해 임대료를 올리거나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집주인들이 시장에서 퇴출당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아파트 소유주 협회의 마케팅 및 교육 담당 이사인 알렉산드라 알바라도는 “임대인들은 이미 유지 보수 및 보험 비용 상승으로 인해 적은 이익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무조건 의무화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라고 말했다.
이미 에어컨이 설치된 세대의 경우엔 전기 요금 비용이 에어컨 사용을 주저하게 할 수 있다. 연방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전역의 연간 냉방 비용은 극심한 더위로 인해 지난 10년 동안 50% 이상 증가했으며 2020년에는 미국 가구의 10분의 1이 건강에 해롭거나 안전하지 않은 온도로 집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리건주 세입자 동맹 커뮤니티의 맥카티 김은 “공과금 비용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주민들이 에너지 비용을 낮출 수 있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캐슬린 호크 메릴랜드대 교수는 “대부분의 도시 지역에선 임대인들의 로비가 강력하다”며 기후단체와의 협력이 의무화 지지자들의 노력을 더 효과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제안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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