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치아의 살아있는 ‘전설’ 정호원(38·강원특별자치도장애인체육회)이 개인 통산 네 번째 패럴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보치아는 정호원의 우승으로 패럴림픽 10회 연속 금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정호원은 2일(현지시간) 프랑스 사우스 파리 아레나1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보치아 남자 개인(스포츠등급 BC3) 결승전에서 호주의 대니얼 미셸을 5대 2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이로써 한국 보치아는 1988 서울 대회부터 단 한 번도 빠짐없이 10회 연속 우승자를 배출했다. 한국 선수단은 사격 P1 남자 10ｍ 공기권총(SH1)의 조정두, R1 남자 10ｍ 공기소총 입사(SH1)의 박진호에 이어 대회 세 번째 금메달을 수확했다.
예선전부터 무패 행진 끝에 우승을 확정한 정호원은 경기용 안대를 벗어 던지며 포효했다. 그의 패럴림픽 통산 4번째 금메달이었다. 앞서 정호원은 2008 베이징 대회 페어,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개인, 2020 도쿄 대회 페어 등에서 세 차례 우승했다.
정호원은 “2016 리우 대회 이후 개인전 금메달이 없었는데 다시 정상에 올라 기분이 좋다. 올림픽 시상식 장면을 보면서 ‘나도 저 자리에 서고 싶다’는 마음을 품었는데 현실이 돼 기쁘다”며 “시상대에서 애국가를 들었을 땐 감격이 밀려왔다”는 소감을 전했다.
각 개인전에서 동반 결승 진출을 이룬 정소영(36·충청남도장애인보치아연맹)과 정성준(46·경기도장애인보치아연맹)이 아쉽게 은메달을 따면서 심적 부담도 있었다고 한다. 정호원은 “앞서 결승전에 나선 두 선배들의 경기가 잘 안 풀려서 ‘반드시 내가 해야 된다. 해내겠다’는 다짐을 여러 번 했다”고 밝혔다.
임광택 대표팀 감독은 “정소영과 정성준이 아깝게 져서 가슴이 꽉 막혀 있었는데, 정호원이 캡틴답게 답답함을 시원하게 뚫어줬다”며 “전성기 때의 모습에 거의 가깝게 돌아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정호원은 “그렇지 않다. 나는 지금이 가장 전성기”라며 밝게 웃었다. 최근 정호원의 경기력은 임 감독이 진정을 시켜야 할 정도로 좋았다는 후문이다.
어린 시절 낙상 사고로 뇌병변 장애를 가진 정호원은 1998년 보치아에 입문했다. 오랜 기간 세계랭킹 1위 자리를 지켜내며 보치아를 대표하는 스타로 발돋움했다.
그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강선희(47·한전KPS)와 함께 나서는 페어 종목이 남았다. 정호원은 “개인전과 페어 2관왕에 오르는 게 최종 목표”라며 “통산 5개째 금메달을 채우고 싶다”고 말했다.
보치아 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심혈을 기울였다. 조준력을 올릴 수 있도록 경기 장비인 홈통(램프)의 미세 수정했다. 습기에 취약한 볼과 홈통의 변형을 막기 위해 별도 건조기도 개발했다. 또 중증 장애가 있는 선수들이 몸의 균형 감각과 근력을 키우도록 수중 훈련을 실시했다. 패럴림픽 사상 처음으로 3회에 걸친 국가대표 선발 방식도 도입했다.
파리=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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