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70대 친할머니를 무참히 살해한 20대 지적장애 남성과 공범으로 지목된 친누나가 중형을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이동기)는 30일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동생 A씨와 누나 B씨에게 각각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A씨는 설 연휴인 지난 2월 9일 설 명절 인사를 핑계로 부산 남구에 있는 친할머니 집을 찾아가 70대 C씨를 화장실로 끌고 간 뒤 폭행해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누나 B씨는 사건 당시 현장에는 없었지만 공범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지난해 6월부터 지적장애 2급인 A씨가 친할머니를 살해하고 싶다고 말하자 전화통화를 주고받으며 여러 살해 방법을 제시하고, ‘수사기관에는 할머니가 평소 어지럼증이 있었다고 말하겠다’고 하는 등 사고사를 위장할 방법을 제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평소 C씨가 A씨의 장애인 연금, 기초생활수급자 급여 등을 관리하며 마음대로 쓰지 못하게 하자 불만을 갖고 범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측은 법정에서 우발적 범행을 주장했고, B씨는 A씨의 우발적인 범행으로 실제 범행이 일어날지 몰랐다며 공동정범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동생이 할머니를 죽이고 싶다고 말하자 누나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할머니를 살해하기 위한 방법으로 납 가루 중독, 곰팡이를 먹이는 방법을 말하고, 실제로 곰팡이를 배양하기도 했다”면서 “자신을 믿고 의지하던 동생에게 정신적으로 살해 계획을 강화하고 사고사나 낙상사고 위장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등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했다는 점에서 기능적으로 행위지배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남동생은 지적장애 2급으로 정신적 어려움을 겪었고, 피해자로부터 엄격한 경제적 통제를 받으며 두차례 자살을 시도할 정도로 어려움이 있었던 것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면서도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행위는 어떠한 방법으로도 변명할 수 없고 반사회적 행위로 비난 가능성이 크며 살해 과정에서 피해자가 극심한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느꼈을 것으로 보여 죄책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황민주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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