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지가 상대의 나서스 선택을 예상하고 카운터를 준비해 쏠쏠한 재미를 봤다.
젠지는 28일 서울 종로구 LCK 아레나에서 열린 2024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 시즌 플레이오프 2라운드 경기에서 디플러스 기아에 3대 0으로 완승했다. 이번 승리로 젠지는 3라운드 승자조에 진출했다.
상대의 픽을 예상하고, 카운터를 준비해온 꼼꼼함이 승리로 이어졌다. 상대 디플 기아는 지난 1라운드 BNK 피어엑스전에서도 썼던 나서스를 이날도 핵심 픽으로 준비해왔다. 1픽을 할 수 있는 블루사이드로 간 2·3세트 모두 나서스를 빠르게 골라서 조합의 중심으로 삼았다.
그러나 젠지 역시 이를 예상하고 나서스의 카운터 픽으로 가렌을 준비해온 참이었다. 가렌은 LCK에서 오랜 시간 외면을 받아온 비주류 챔피언이지만, 젠지와 정지훈은 챔피언이 가진 장점을 잘 활용한다면 나서스 카운터로서 충분히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판단했다. 2세트에선 ‘쵸비’ 정지훈이, 3세트에선 ‘기인’ 김기인이 돌아가며 가렌을 플레이했을 정도로 이들은 철저히 챔피언의 상성 구도를 사전에 분석하고 준비해서 승리를 따냈다.
그 중에서 가렌이 돋보인 건 2세트. 정지훈은 ‘쇼메이커’ 허수(나서스)와의 라인전에서는 물론, 후반 운영 단계에서도 ‘킹겐’ 황성훈(올라프) 상대로 솔로 킬을 따낼 정도로 높은 가렌 숙련도를 자랑했다. 한타에서도 잽싸게 상대 딜러진으로 파고들어 진영을 붕괴시킨 일등공신이었다.
정지훈이 가렌을 연구하기 시작한 건 나서스를 상대할 방안을 찾기 위해서였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정지훈은 “나서스 카운터를 찾다가 가렌이 정말 좋은 것 같아서 연구했다”고 말했다.
정지훈은 “특정 챔피언의 카운터를 찾을 때 통계 사이트에서 표본을 많이 찾는 편”이라면서 “거기서 합리적이고, 메커니즘이 팀 게임에서 통하겠다 싶은 챔피언들을 많이 생각해보고, 연습해본 뒤 실제로도 통하겠다 싶은 것들을 찾아낸다”고 밝혔다.
가렌이 무적의 픽인 건 아니다. 정지훈은 “앞으로 가렌이 나올지 안 나올지는 밴픽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생각보다 숙련도가 많이 필요한 챔피언“이라면서 “나온다고 해서 무조건 이기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정지훈은 “구조적으로 단순한 챔피언일수록 쉽다는 인식이 있다. 단순한 챔피언일수록 오히려 정교하게 해야 잘할 수 있다. 단순할수록 잘하기도 어려우므로 생각보다 숙련도가 요구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주에서 우승 세레머니를 펼치기 위해 팀들은 나서스와 가렌 외에도 온갖 챔피언들은 연구, 분석, 실험 중이다. 젠지 김정수 감독은 “저희뿐만 아니라 스크림에서 이상한 챔피언들이 정말 많이 나온다. ‘이 정도로 다양한 챔피언을 쓰는구나’하고 생각할 정도”라면서 “저희만 그런 게 아니라 상대도 그렇다. 요즘에는 메타 챔피언 몇 개 제외하고는 어떤 게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고 말했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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