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를 일으킨 티몬·위메프(티메프)와 채권단 대표가 13일 첫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하지만 소액 채권자 우선 변제 등 일부 자구안에서 견해차를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티메프 측은 자구안을 수정·보완해 오는 30일 2차 협의회에서 제시할 계획이다.
서울회생법원 회생2부(안병욱 법원장)는 이날 티메프 대표와 채권자협의회, 판매업체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정부·관계기관이 참여하는 회생절차 협의회를 진행했다.
티메프 측은 협의회에서 전날 제출한 자구안을 설명하고 채권단 등의 의견을 청취했다. 티메프 자구안에는 채권자 전원에게 일괄 200만원을 일시 지급하는 등 소액 채권을 우선 변제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렇게 하면 미정산 파트너 약 10만명(티몬 4만명, 위메프 6만명)의 채권을 상환하는 효과가 발생한다는 게 티메프 측 주장이다.
티메프 측은 판매 대금을 PG사 등에 이체해 판매자에게 직접 지급하는 에스크로 계좌를 도입하거나 커머스 업계에서 가장 빠른 정산일(배송 완료 후 1일)을 도입해 결제 주기를 단축하는 등의 정상화 방안도 제시했다. 또 큐텐 등 특수관계자가 가진 채권은 전액 출자전환 후 무상감자하는 방식으로 소각시켜 갚아야 할 채무에서 제외하겠다고도 밝혔다.
채권자 측은 이런 티메프 측 자구안에 이견을 드러냈다. 신정권 판매업체 비대위 대표는 협의회 후 취재진에게 “소액 채권자들도 티메프가 사라지면 판매처가 사라지기 때문에 티메프의 정상화에 관심이 많고 그 방안이 현실적인지 궁금한 것”이라며 “단순히 채권자 몇 명, 채권액 얼마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회사의 미래가 오늘인지 내일인지가 궁금한 채권자들이 다수”라고 밝혔다. 소액 채권 변제보다 실효성 있는 회사 정상화 방안이 우선돼야 한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류화현 위메프 대표는 “채권자 측에서 소액 채권자를 우선 변제하거나 소액을 공통되게 변제하는 방안은 좋은 방향이 아니고 오히려 그 비용을 투자해서 빨리 정상화하라는 의견을 주셨다”며 “그 부분을 보완해서 다시 법원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정산 판매대금을 비롯해 상환해야 할 채무 규모가 상당한 만큼 자구안의 실효성을 가르는 관건은 투자 유치 여부가 될 전망이다. 류 대표는 구조조정 펀드, 사모펀드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 받아 3년 내 회사 정상화 및 재매각하는 자구안에 대해 “여전히 유효하다”며 “한국 이커머스 업계에서 존재감을 갖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으면 3년 내 높은 가치로 매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빨리 투자자를 확보하는 게 중요한 만큼 8월 말까지 최대한 (투자자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했다.
신 대표도 “분명한 건 투자 유치가 필요하다는 것이고, 투자 검토에 대해 명확한 답을 못 받는 상황인 것 같다”며 “빨리 투자가 유치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법원은 오는 30일 2차 협의회를 열고 티메프가 수정해서 제출할 자구안을 두고 추가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협의회는 지난 2일 법원이 승인한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의 협상 방안 중 하나다. 법원은 티메프와 채권자들의 자율적 협의를 진행하기 위해 회생절차를 다음 달 2일까지 중단했다. 협의가 무산되면 법원이 다시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판단하게 되고, 회생이 어렵다는 결론이 나오면 티메프는 파산 절차를 밟게 된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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