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8일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증권신고서에 부족한 점이 있다면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고 정정 요구를 하겠다”고 밝혔다. 사업구조 재편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이 희생됐다는 비판이 나오자 두산그룹이 투자자 보호 장치 등을 충분히 마련했는지 꼼꼼히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이날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두산로보틱스로부터) 정정신고서를 제출받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24일 두산로보틱스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대해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이 원장은 “기본 원칙은 최초 증권신고서 제출 시 부족했다고 생각한 부분 즉, 구조개편의 효과, 의사결정 과정, 그로 인한 위험 등에 대해 주주들의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가 기재돼있는지 보는 것”이라며 “이러한 부분에 조금이라도 부족함이 있다면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고 지속해서 정정 요구를 하겠다는 게 감독원의 합의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은 알짜기업인 두산밥캣을 두산에너빌리티에서 인적분할한 뒤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게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적자 기업인 두산로보틱스와 그룹의 ‘캐시카우’인 두산밥캣의 기업가치를 동일한 수준으로 보면서 소액주주들의 이익이 침해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원장은 “국내 기업들이 주주들과 소통이 부족하다는 것이 해외, 기관, 일반 투자자들의 일반적인 인식”이라며 “엔비디아와 애플 등 다양한 글로벌 대기업이 그렇듯 기업의 성장을 위해 노력하며 진정성을 갖고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증시 변동성에 대해서는 “과거 위기 상황에 비춰볼 때 자금 조달 여건도 좋아지고 있고 환율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실물경제도 나쁘지 않은 상태라 펀더멘털(기초체력) 문제라기보다는 수급에 의한 심리적 문제가 가깝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시장의 취약점을 개선하기 위해 금융투자소득세 문제, 밸류업 프로그램 등 제도적 측면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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