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신임 당대표가 첫 출근부터 ‘채상병 특검법’ 관문과 마주했다. 국회의장은 25일 특검법 재표결을 예고했고, 야당은 “특검법 찬성 표결을 당론으로 확정하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 새로운 지휘부에서는 한 대표가 제안한 ‘제3자 추천’ 방식의 특검법안에 대한 사실상의 비토 발언도 나왔다. 채상병 특검법 대응 문제는 집권여당 수장으로 복귀한 한 대표의 정치력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대표를 향해 “민심은 채상병 특검법 통과를 압도적으로 원하고 있다. 특검법 재의결에 찬성 표결을 당론으로 확정함으로써 민심과 함께하겠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 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한 대표에게 당론 채택을 요구한 특검법은 지난 4일 국회에서 민주당 등 야당이 단독 의결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닷새 뒤 재의요구권을 행사해 국회로 돌아온 것이다. 한 대표는 이 법안에 대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히면서 동시에 특검 추천 주체를 대법원장 등 제3자로 하자는 수정안을 제안했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한 대표 당선 이튿날 바로 기존 특검법 수용을 압박한 것이다. 수정안 제안에 대한 내부 반발 불씨를 안고 출범한 한 대표 체제의 견고함을 시험하려는 취지도 있어 보인다.
민주당은 한 대표에게 채상병 특검법뿐 아니라 김건희 여사 특검법 수용, 방송장악 중단, 수평적 당정관계, 국회 운영 정상화, 여야 간 정책·비전 경쟁 등 5대 요구안도 제시했다.
당내에서는 전날 당선된 친윤(친윤석열)계 최고위원들이 공개적으로 한 대표 견제 목소리를 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KBS라디오에서 “채상병 특검법은 국회의원들이 표결하고 국회에서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원내대표에게 전권이 있다, 당대표와 원내대표의 의사가 다를 때는 원내대표의 의사가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김민전 최고위원도 SBS라디오에 출연해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입장이나 특검 임명 문제는 원내 전략”이라며 “당대표가 이래라저래라 할 얘기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한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채상병 특검법 수용 당론 지정 요구에 대해 “(민주당은) 남의 당론에 굉장히 관심이 많은 것 같다”며 거절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제3자가 특검을 추천하는 특검법 수정안과 관련해 “제 입장은 달라진 게 없다”며 “오히려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가 제 제안을 거절했는데 그 이유를 묻고 싶다”고 역공을 가했다.
한 대표는 제3자 특검법에 대한 당내 반대 기류에 대해서는 “우리 당은 민주적 절차를 지키는 정당이고 모든 사람이 의견을 낼 수 있다. 이견을 좁혀가며 토론하면 된다”고 말했다. 다만 야당이 ‘김건희 특검법’과 ‘한동훈 특검법’까지 동시에 추진하는 상황에서 특검 찬반 논쟁이 당내 분열로 비화될 수 있는 만큼 한 대표가 속도 조절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종선 이동환 이강민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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