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서 14년간 일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노동자 장모씨가 대법원에서 산업재해를 인정받았다.
15일 인권단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12일 장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불승인 취소 소송에서 유족 측 손을 들어줬다. 장씨의 산재소송에 대한 근로복지공단의 상고를 기각하고, 백혈병 사망을 산업재해로 봤던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을 그대로 확정 지은 것이다.
장씨는 2001년 삼성전자 삼성전자에 입사해 수원 사업장 영상사업부 소프트웨어 개발그룹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했다. TV 소프트웨어 개발, 불량 검사, 고온 테스트 등의 업무를 담당했다. 주 69시간 이상 근무하는 등 과로에 시달린 그는 30대 후반의 이른 나이에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40세를 맞은 2015년 3월 사망했다.
유족 측은 장씨가 일할 당시 전기설비로부터 발생하는 극저주파자기장에 노출된 탓에 백혈병 발병 위험이 커졌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보상을 신청했다. 공단 측이 극저주파자기장의 인체 유해성을 부인하면서 8년간 법적 분쟁이 이어졌다.
반올림은 대법원 판결에 대해 “작업환경에서 발생하는 ‘극저주파 자기장’ 노출이 노동자에게 발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확정됐다”며 극저주파자기장의 유해성을 바라보는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의 시각이 달라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족 측은 “산재를 인정받게 돼 기쁘지만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려야만 한다는 사실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공단이 무리하게 상고한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업무상 재해로 직장과 가족을 잃고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노동자나 유족이 공단을 상대로 산재를 입증하는 것은 누가 봐도 쉽지 않다”며 “이 부분에서 제도가 분명히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천양우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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