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끝나고 숙박 손님이 크게 줄었어요. 다들 해외로 가니까. 그런데 그때부터 대출 이자가 오르기 시작하니까 버티기 힘들더라고요. 지금 성수기 예약이 한창 들어와야할 시기인데, 예년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어요.”
올해로 10년째 애월에서 펜션을 운영 중인 정모씨(42)는 5일 “장사가 경기를 타는 것은 당연하지만, 요즘처럼 어려운 적은 없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3%대였던 금리가 7.9%까지 오르면서 정씨가 한 달에 내야 하는 이자가 120만원에서 278만원까지 치솟았다.
지금은 5.9%로 조금 내렸지만 여전히 한 달에 180만원을 낸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10개월 가까이 소득이 줄다보니 이마저도 큰 부담이다. 정씨는 펜션업을 계속 해야 할지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제주 자영업자들이 경기 위축과 고금리 장기화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최근 발표한 ‘2024년 4월 중 제주지역 금융기관 여·수신 동향’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제주지역 기업·가계 예금은행 연체율은 0.84%로, 한 달 새 0.11%포인트 올랐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0.80%로, 지난 3월 대비 0.07%포인트 상승했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0.97%로, 1%대에 육박했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전국 평균인 0.4%를 크게 웃돌며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한국은행이 지역별 연체율을 집계하기 시작한 2019년 12월 이후 최고치다.
제주지역 대출 연체율이 치솟는 것은 버틸 여력이 없는 도민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의미다. 부동산 매매 둔화, 물가 상승 등의 상황도 어려움을 부추기고 있다.
내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서비스업종은 더 힘든 상황이다.
특히 숙박업은 내국인 관광객 감소와 숙박시설의 지속적인 증가로 장기 침체에 대한 불안정성까지 커지고 있다.
도내 숙박시설은 2019년 5632곳에서 지난 5월 7402곳으로, 5년새 31%(1770곳)나 늘었다.
제주는 코로나 기간에도 내국인 관광객이 꾸준히 유입되면서 숙박시설 등 관광 인프라가 계속 확대됐다. 이런 상황에서 내국인 관광객이 감소하자 숙박업계는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휴·폐업하는 숙박시설은 한 해 수백 곳에 이르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5월까지 227곳이 문을 닫고, 21곳이 휴업에 들어갔다.
더 큰 문제는 금융 비용 부담이 커졌음에도 총대출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4월말 기준 제주지역 금융기관의 여신 잔액은 39조2674억원으로, 전월대비 2053억원이나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올해 1~6월까지 제주를 찾은 내국인 관광객은 595만34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43만8680명)보다 7.6% 줄었다.
4월 기준 제주지역 미분양 공동주택은 2837호로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등 지역 경기 가늠표 역할을 하는 각종 통계 지표가 악화하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하고는 있지만 부동산·건설경기 부진, 가계 및 자영업자의 채무상환 부담 등 불안 요인이 상존하고 있다”며 “지역 소비 확대를 유도하고, 금융 취약 계층에 이자비를 지원하는 등 민생 경제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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