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축구 국가대표 이재성 “하나님 없이 일상 표현할 수 없어…내가 받은 하나님 사랑 계속 드러내고파”

축구는 11명이 하나를 이루는 팀 스포츠다. 그중에서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묵직한 존재감으로 자리를 지키는 이도 있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이자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 중인 이재성(32) 선수의 이야기다.

2014년 전북 현대를 통해 프로 무대에 데뷔한 이재성은 2018년 여름 독일 무대로 발을 넓혔다. 홀슈타인 킬에서 유럽 선수 생활을 시작한 그는 2021년 현재 소속팀 마인츠로 이적해 주전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며 팀 내 입지를 단단히 굳혔다. 이달 초 A매치 소집에서는 새롭게 부주장으로 선임됐다.

이재성은 최근 국민일보와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프로선수가 된 이후 팀에서 직책을 맡은 건 처음”이라며 “어느 소집 때보다 책임감이 막중했다. 주장인 손흥민 선수 곁에서 힘이 돼주고 싶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지난 몇 년간 주장이 책임을 혼자 짊어지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 안쓰럽고 미안한 마음이 컸다”며 “새롭게 발탁된 선수도 아쉬움 없이 대표팀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먼저 다가가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이재성은 축구 팬 사이에서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에게도 하나님을 외면했던 시절이 있었다. 무신론자였던 그가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난 건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의 주변에는 기도로 중보했던 가족과 동료 선수가 있었다. 둘째 형수와 축구선수 김신욱 선수가 그 주인공이다.

“대대로 내려오는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난 둘째 형수님은 형과 연애 시절부터 저와 제 가족을 위해 오랫동안 헌신적으로 기도해주신 분이에요. 학창시절 형수님을 따라 교회에 나갔지만, 당시에는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그런데도 형수님은 저를 위한 기도를 쉬지 않으셨어요.”

그로부터 긴 시간이 흘러 두 번째 전환점을 맞았다. 동료였던 김신욱 선수는 이재성에게 지속해서 복음을 전했다. 그전부터 알고 지냈지만, 이재성에게 복음을 전한 건 2018년 어느 날이었다. 이 기점으로 이재성의 삶은 180도 변화했다.

“어느 날 교회를 갔는데 신욱이 형이 전해준 하나님의 말씀이 그날따라 유독 마음 깊숙이 파고 들어왔어요. 그 뒤로 신욱이 형이 저를 데리고 다니면서 복음을 끊임없이 들려줬죠. ‘믿음은 들음에서 난다(롬 10:17)’는 말씀을 실감하는 순간이었어요. 하나님의 때는 정말 완벽하세요.”

말씀을 들으면 들을수록 그가 지금까지 알던 세상과는 전혀 다른 세계를 경험했다. 복음을 향한 갈망도 강해졌다. 이재성은 “말씀을 알아 갈수록 하나님을 깊이 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면서 “감사하게도 그럴 때마다 말씀의 은혜를 경험하면서 믿음이 마음속에 완전히 자리 잡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어 “가치관은 물론 제가 향하는 발걸음, 제가 만나는 사람까지 모든 삶이 변화해 지금의 이재성이 됐다”고 고백했다.



이재성은 자신의 블로그와 소셜미디어에 일상을 기록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라운드 밖 이재성’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눈을 사로잡는 건 그가 빼곡히 적은 설교 노트와 성경책, 묵상 글이다.

신앙을 드러내는 것을 꺼리는 사회적 분위기와 반대되는 행보이기도 하다. 공개적으로 신앙을 드러내는 것이 꺼려지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고민하고 꺼렸던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며 “제가 받은 하나님의 사랑을 모든 사람이 느끼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고 답했다.

이어 “블로그는 제 일상·모습을 그대로 올리는 곳이고 하나님 없이는 제 일상을 표현할 수 없다”며 “앞으로도 자연스럽게 신앙을 드러낼 것이다. 또 많은 믿음의 동역자분이 댓글로 본인의 신앙을 나눠준다. 저도 그 은혜로 하나님께 더 나아가게 돼 좋다”고 덧붙였다.

그는 꾸준한 연재의 원동력으로 ‘재미’를 꼽았다.

“‘기억에 의존하지 말고 기록에 의존하라’는 말이 있어요. 축구를 할 때처럼 글 쓸 때도 재밌어요. 재미로 시작한 일이 기쁨과 행복으로 번지고 있어서 감사할 따름이에요.”



이재성은 독일에서도 신앙생활을 꾸준히 하고 있다. 마인츠의 한인교회에 다니는 그는 경기가 없는 날이면 주일예배와 수요예배, 청년부예배를 드린다. 평일에는 교회 형제자매와 보드게임을 하거나 맛집 탐방을 한다는 그는 영락없는 청년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프로선수인 그에게 축구는 꿈과 삶이자 끊임없이 도전해야 하는 목표이기도 하다. 10개월간 진행되는 시즌 동안 팀 성적과 개인 성적, 주전 경쟁 등으로 단 한시도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그에게 멘탈관리는 필수다. 그런 그는 멘탈관리 비결로 신앙을 꼽았다.

“시즌을 치르다 보면 수많은 일을 겪게 돼요. 그럴 때마다 하나님의 은혜로 버티고 다시 나아갈 힘을 얻어요.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이고 섭리 안에 있음을 믿기에 가능한 것 같아요.”

이재성은 오는 8월 새 시즌 개막을 앞두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다음 시즌도 분데스리가 무대를 누빌 수 있음에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매 시즌 목표는 같아요. 건강한 몸으로 모든 경기를 소화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에요. 다음 시즌도 부상 없이 잘 마쳤으면 좋겠어요.”

그에겐 하나의 목표가 더 있다. “저를 통해 많은 분이 행복한 기운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세상의 빛과 소금이 돼라’는 예수님의 말씀처럼 교회뿐만 아니라 매 순간 제가 서 있는 곳에서 예배자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어요.”

유경진 기자 yk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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