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 무더위 속 예배당을 메운 음악, 지역을 치유하다

루터란아워,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정오의 힐링음악회 개최
2022년부터 매달 개최해 와

입력 : 2024-06-18 15:07/수정 : 2024-06-18 17:17
라피나토 앙상블 성악가들이 18일 서울 용산구 소월로 중앙루터교회에서 열린 루터란아워 6월의 정오음악회 ‘유월의 편지’에서 모차르트의 가곡을 노래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삶이 그대를 차마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화내지 마. 절망의 날 그대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 꼭 올 거야.”

섭씨 30도에 이르는 무더위와 함께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된 18일 정오. 김효근 작곡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라는 곡의 노랫말이 무더위를 씻기듯 네 명의 남녀 성악가들의 맑고 청량한 노랫소리와 함께 예배당에 울려 퍼졌다. 예배당에 모인 관객들은 옅은 미소와 함께 곡을 음미했다. 공연이 끝날 땐 환호성과 함께 박수를 보내 화답했다.

한국루터란아워(이사장 김태훈 장로)가 이날 서울 용산구 소월로 중앙루터교회(최주훈 목사) 예배당에서 연 루터란아워 정오음악회 ‘유월의 편지’ 현장이다. 루터란아워 정오음악회는 교회 인근 후암동 직장인과 지역주민, 이웃교회에 문화예술을 누릴 기회를 제공하고자 마련됐다. 2022년 시작해 매달 진행돼 이번이 18회째다. 루터란아워는 루터교회 또는 루터교 교인들이 마련한 미디어 시간 또는 프로그램을 뜻한다.

음악회를 감상 중인 관객들 모습. 신석현 포토그래퍼

이날 콘서트는 라피나토 앙상블이 공연자로 나섰다. 소프라노와 메조소프라노, 카운터테너 등 6명의 단원으로 구성된 라피나토 앙상블은 정통 클래식 보컬 그룹이다. 라피나토는 이탈리아어로 ‘고상한’, ‘우아한’, ‘세련된’을 뜻한다.

라피나토 앙상블의 김민정 음악감독은 “우아하고 아름다운 음악을 세련되고 정교한 기교로 관객과 함께 소통하고자 탄생한 앙상블 팀이다”며 “여성적이면서도 중성적인 독특한 음색이 특징이며, 단순히 관람하는 공연이 아닌 관객이 함께 부르고 호흡하는 공연을 만들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라피나토 앙상블은 이날 음악회에서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 ‘바람이 불어오는 곳’과 같은 사람들에게 친숙한 국내 곡부터 이탈리아 오페라 가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곡을 선보였다.

김 음악감독은 각 곡의 공연에 앞서 곡의 배경과 그 속에 담긴 이야기 등을 설명해 관객들의 이해를 도왔다. 관객들은 잔잔한 클래식 곡이 연주될 때는 눈을 감고 곡을 음미했고, 밝은 곡에는 손뼉을 치며 공연에 참여했다. 휴대전화로 공연을 녹화하며 추억으로 남기려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라피나토 앙상블의 김민정(마이크 든 이) 음악감독이 공연에 앞서 곡을 소개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맹영아(68·여)씨는 이날 고등학교 동창 친구 5명과 음악회를 찾았다. 맹씨는 “거주하는 동네의 작은 교회를 섬기고 있는데 친구의 소개로 음악회를 알게 돼 종종 친구들과 함께 나들이 겸 온다”고 했다. 이어 “쉽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곡들로 구성돼서 음악에 큰 조예가 없어도 연주자와 직접 소통하며 음악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며 “작은교회에서 이뤄지는 문화 행사라 오히려 부담도 없고, 교회가 지역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옆에 있던 그의 친구 최옥희(68·여)씨도 “예전에 영국 케임브리지에 1년 머물 때 동네교회 등에서 진행되는 이와 비슷한 작은 음악회가 있어서 종종 갔었다”며 “소소한 추억이었는데 한국에서도 이렇게 일반 주민을 상대로 교회에서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왔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고 거들었다.

정오음악회는 한여름을 잠시 쉬어갔다가 오는 9월 다시 관객들을 찾는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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