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읽는 기쁨


밤새워 책 읽는 재미, 책에 몰입한 사람만이 아는 즐거움을 나누고 싶어서 편성준 작가가 자신의 독서 노트를 공개했다. 자타공인 책 덕후이자 ‘놀듯이’ 책을 읽고 또 기록하는 작가의 독서 노트 속 수많은 책 중 ‘읽는 기쁨’에 취하게 만든 책들을 고르고 고른 것이다. ‘작가다움’을 과시하기 위해, 구색을 갖추기 위해 어렵고 무겁고 우아한 책을 일부러 골라 넣는 수고는 하지 않았다. 책의 방향은 순전히 ‘읽는 즐거움’을 향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몰입의 즐거움을 줄 수 있을, 진심으로 빠져들었던 책들 위주로 고르고 보니 죄다 소설, 시, 에세이, 그림책 등 ‘거짓말을 통해 진실을 얘기하는’ 스토리텔링을 깔고 있는 책들이다.
‘살짝 웃기는데 눈물도 나는’, ‘밤새워 읽은 책이 뭐였어’, ‘몇 번 읽어도 좋은 얇은 책’, ‘제목보다 내용이 좋은 소설’ 등 재치 있는 제목으로 17개의 카테고리를 만들고 각 카테고리 별로 3권의 책을 골라주었다. 토마 귄지스의 「암소」, 조지수의 『나스타샤』 같은 ‘숨은 명작’은 물론 다시 읽어도 재밌는 노벨 문학상 작품들, ‘필독서’ 라는 이름이 오히려 지루하게 느껴지는 너무 재밌는 걸작 등 저자를 사로잡은 독서 목록들은 목차를 읽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책 추천의 이유’를 짤막한 글로 소개해줬는데 이 글만 봐도 편성준식 B급 감성과 특유의 위트, 자신감의 표현이 보인다.

작가가 추천하는 51권의 책 중엔 대중적으로 사랑을 받은 베스트셀러나 고전들도 있지만 낯선 작가, 낯선 제목의 책들도 많이 보인다. 기존 애서가들의 취향은 아닐지 모를, 작가의 감성에 맞는 그림책이나 SF소설도 여러 권 소개하고 있다. 그의 맛깔나는 평을 읽다 보면 ‘세상에, 내가 모르던 재밌는 책이 이렇게나 많다니!’ 싶어서 마음이 절로 바빠진다. 바로 온라인 서점 앱을 열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책을 소개하는 작가의 태도는 시종일관 유쾌하다. 작가의 전작들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살짝 웃기는 글이 잘 쓴 글입니다』에서 보여주었던 낙관주의적 세계관, 유머와 위트가 이번 책에서도 역시 드러난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세상을 향한 열린 사고와 선한 의지, 특유의 통찰과 더불어 우리가 늘 안다고 생각하던 ‘그 책’들에 대한 작가만의 해석에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가 좋아하는 책들은 “가학적인 유머 감각에 낄낄거리다가 갑자기 세상 살기가 싫어질 정도로 살벌한 냉기를 함께 느끼게 해주는 미친 작품들”이다. 한 권의 책으로 탄성과 한숨, 인생살이의 복잡미묘한 맛을 다 느끼게 해 줄 작품들이 『읽는 기쁨』 안에 빼곡히 있다.
편성준 지음. 몽스북. 1만7800원 (사진=몽스북)

김지훈 기자 da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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