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제시에서 헤어진 전 여자친구를 마구 폭행해 숨지게 한 20대 남성의 부모가 유족에게 ‘내놓은 자식이니 원하는 대로 하시라’는 식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져 공분이 일고 있다.
숨진 피해자 이모씨의 아버지는 “가해자 부모하고 대화하면 화가 막 치밀어 오른다”며 “우리 딸이 다쳐서 드러누웠는데도 (가해자 부모는) 남 일 대하듯 했다”고 14일 JTBC ‘사건반장’에 토로했다. 3년여 전부터 이어져 온 가해자 김모(20)씨의 잦은 폭행 때문에 부모끼리도 알고 지냈다고 한다.
이씨의 아버지는 “(딸이 김씨에게 폭행당해 입원한 날 병원) 1층 로비에서 (가해자 부모를) 만났는데 ‘일단은 뭐 죄송하게 됐다’고 한마디했다”며 “그래서 제가 ‘○○(가해자)가 우리 딸을 폭행한 게 한두 번도 아니고 이번엔 도저히 용서가 안 된다. 다치기도 많이 다쳤다. 아버님도 우리 딸 얼굴 보면 가만히 있진 않을 거다. 이번엔 죗값을 좀 받게 했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이에 김씨 아버지는 “저도 어떻게 보면 내놓은 자식이고 원하시면 그렇게 해라”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씨 아버지는 “우리 딸이 심각하게 다쳐서 드러누워 있는 데도 전혀 심각한 게 없다”면서 “(자기 자식에게 상대방이) 맞아서 병원에 입원했으면 ‘어떡합니까? 괜찮습니까?’ 이렇게 나와야 하는데 ‘뭐 죽어도 어쩔 수 없지. 어떡하겠습니까?’ 이런 식이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씨 상태가 위독해진 날 이씨 어머니는 김씨 아버지에게 연락했다. 이씨 어머니는 “△△(피해자)이 지금 생명이 위험한 상태다. △△이 죽으면 (김씨도) △△이 옆으로 보낼 거다. 가만 안 놔두겠다”고 말했다. 이때도 김씨 아버지는 “얘기를 좀 자세히 한번 해보시죠”라며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씨는 지난달 1일 거제시 자취방에서 잠을 자던 중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온 전 남자친구 김씨에게 머리와 얼굴 등을 무차별로 폭행당해 외상성 경막하출혈 등 전치 6주의 진단을 받고 입원 치료 중 패혈증에 의한 다발정 장기부전으로 같은 달 10일 숨졌다.
경찰은 이씨가 사망한 뒤 김씨를 긴급체포했으나 검찰이 긴급체포 구성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승인하면서 풀려났다. 폭행치사 혐의를 받는 김씨는 현재 불구속 상태로 수사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와 이씨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3년 정도 교제했다 헤어지기를 반복한 사이로, 사건이 일어난 시기에는 헤어진 상태였다. 평소 이씨에 대한 집착이 심했던 김씨는 더 좋은 대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음에도 이씨를 따라 같은 대학, 같은 과에 진학했다고 지인들은 증언했다.
사귀는 동안 김씨는 이씨를 상습적으로 폭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2022년 12월부터 이번 사건까지 경찰에 접수된 데이트 폭력 관련 신고(쌍방 폭행 포함)는 무려 12건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 폭행으로 이씨는 지난해 7월 2일부터 한 달간 스마트워치를 지급받기도 했다.
김씨는 이씨가 사망한 이후 주변인들에게 “여자친구와 헤어졌다” “더 좋은 대학 가서 더 좋은 여자를 만날 거다”라고 말하고 다닌 것으로 전해졌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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