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의 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의료계 파업 동참자들의 출입을 금지하겠다고 공지해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음식이 아닌 혐오를 팔고 있다’고 비판하는 반면, 일부는 ‘사장의 신념을 응원한다’고 반응하고 있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22일 페이스북에 “정부로부터 출국금지를 당하고 식당에서도 출입금지를 당했다”며 해당 식당의 공지를 공유했다. 노 전 회장은 “저 같은 사람은 받아주지 않는다고 해서 제가 갈 수 없는 식당을 안내해 드린다”며 “식당은 사람을 가려 받아도 문제없지만, 병의원은 그럴 수 없다는 게 현실이다”고 비꼬았다.
언급된 식당은 서울 마포구의 한 이탈리아 레스토랑으로, 최근 ‘의료파업 관계자 출입금지’라는 공지를 올렸다.
식당 측은 공지에서 “수술대를 찾지 못해 병원 응급실에 가서조차도 119에 전화해 수소문을 해야 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며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놓고서까지 쟁취하려는 게 도대체 무엇이냐”고 지적했다.
이어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개인의 선택은 존중받아야 마땅하지만 최소한의 직업윤리에 대한 사명감마저 저버리는 행동은 비난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저희 ○○○에서는 의료파업에 동참하고 계신 관계자분을 모시고 싶지 않다. 정중하게 사양한다”고 했다.
해당 식당은 SNS에 올린 다른 게시물을 통해서도 “사업가는 언제 어디서 어떤 성향의 클라이언트나 고객을 만날지 모르기 때문에 언제 어떠한 경우에라도 정치적 중립을 지킨다”며 “저는 살면서 단 한 번도 개인적인 이득을 취하기 위해 기회주의자로 살아온 적이 없다. 앞으로도 어느 때보다 확고한 소신으로 살아갈 것이며,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한 불이익 또한 감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내용의 공지를 접한 일부 네티즌들은 항의 댓글을 달고 있다. 본인을 의사라고 밝힌 네티즌은 “최저시급도 못 받으면서 환자 보고, 출산 전까지 진료하고, 제왕절개 수술방 들어가서도 강제로 진료 유지 명령받는 제가 가면 식당이 공짜냐”며 “(의대 정원을) 증원해도 병원에서 필수의료 의사를 고용하지 않는 것은 모르면서 이런 글로 악마화에 앞장서냐”고 비판했다.
“의료 윤리를 지적하는데 런치보다 디너 코스에 돈을 더 받는 건 윤리적이냐” “미쉐린 식당 2000개 증원했으면 한다” “돈이 없어 밥을 굶고 있는 사람들에게 윤리적으로 12만원이 아닌 1.2만원에 식사를 제공할 수는 없나” “음식이 아닌 혐오와 차별을 팔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는 못 드릴 것 같다” 등 반응을 보였다.
반면 일부 네티즌들은 “의사들은 기분 내키는 대로 환자를 가려 받으면서 식당 주인은 왜 안 되느냐” “사장님의 신념을 응원한다” “의사들은 괜히 업장에 피해 주지 말고 안 가면 된다” “기념일에 이곳에 가겠다” 등의 응원 댓글을 달았다.
해당 식당의 런치 코스는 1인 7만원, 디너 코스는 1인 12만원이다. 이 식당은 2024년 미쉐린 가이드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미쉐린 가이드는 프랑스의 타이어 제조 회사인 미쉐린이 매년 봄 발간하는 식당 및 여행 가이드 시리즈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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