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 멈췄어야” 판사의 질책…140억대 전세사기범 징역 12년

“자신의 탐욕이 피해 준다면 멈춰야”
“보증금 반환 의사·능력 없어”
공범 컨설팅업자 징역 3년

서울 강서구 화곡동 빌라 밀집 지역. 연합뉴스

서울·인천·경기 일대에서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임차인 70명의 보증금 144억원을 가로챈 30대에게 징역 12년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박병곤 판사는 16일 사기·부동산실명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모(37)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최씨는 2019년부터 2022년 4월까지 다세대주택 259채를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사들인 뒤 임차인 70명으로부터 전세보증금 144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박 판사는 “자신의 탐욕이 누군가에게 피해를 준다면 탐욕을 멈춰야 한다”면서 “무자본 갭투자는 계약 종료 시점에 보증금을 수십억에서 수백억까지 반환해야 해 위험이 크지만, 이를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임대사업을 벌인 최씨에게 책임이 있다”고 질책했다.

재판부는 무자본 갭투자를 통해 259채의 빌라를 소유했던 최씨가 보증금 반환 의사·능력 없이 구체적인 반환 계획을 세우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최씨는 부동산 경기 악화 등으로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

박 판사는 “부동산 규제나 경기 악화 등의 사정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고 임대인으로서는 적어도 그런 상황을 염두에 뒀어야 한다”며 “계약 체결 당시 단순히 앞으로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팔아서 보증금을 반환한다는 추상적 계획을 넘어 구체적인 반환 계획을 세워야 함에도 그런 사실이 발견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최씨가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빌라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임차인에게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점도 문제로 봤다.

박 판사는 “최씨는 무자본 갭투자를 통해 259채의 빌라를 소유하게 됐음에도 이런 사실을 임차인들에게 제대로 설명·고지하지 않았다”며 “최씨가 전세보증금을 정상적으로 반환할 의지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피해자들을 속여 144억원의 보증금을 편취했다는 사실이 충분히 입증됐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날 최씨와 공모해 임차인 4명에게 7억6000만원의 임대차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로 함께 기소된 컨설팅업자 정모(35)씨에게는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이밖에 명의 신탁자를 모집하는 등 범행을 도운 컨설팅업체 직원, 명의수탁자 등 21명에게는 각각 80만∼1200만원의 벌금형이 선고됐다. 이들은 공인중개사가 아님에도 부동산 광고를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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