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선장과 소통 10년…“유가족 위해 끝까지 이어갈 것”

장헌권 서정교회 목사
지난달에만 이 선장과 만남 두 차례
이 선장, 잘못 시인했지만
“추상적인 답변만 받아”

입력 : 2024-04-15 16:58/수정 : 2024-04-15 18:15
장헌권 서정교회 목사가 지난달 7일 전남 순천교도소에서 면회 결과를 전하기에 앞서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장 목사 제공

부활절을 앞두고 고난주간을 지나던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가라앉았다. 304명이 가족의 곁을 떠났다. 가족들은 참사 당시 겪은 정신적 고통과 트라우마는 여전했으며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지나는 듯했다. 그렇게 10년이 흘렀다.

고난주간 5일차 성금요일이었던 지난달 29일. 장헌권 광주 서정교회 목사가 전남 순천교도소 면회실에 들어섰다. 세월호에서 홀로 탈출해 무기징역을 받고 복역 중인 이준석 선장이 맞이했다. 자리에 앉은 장 목사는 이 선장에게 세월호 참사 당시에 관해 물었다.

“왜 퇴선 명령을 안 하셨습니까. 왜 세월호 탑승객들을 두고 혼자 배에서 나왔는지요.”

이 선장은 질문에 고개를 숙이며 그저 미안하다는 답변을 건넸다. 이유와 참사 당시에 관한 양심고백은 없었다. 그는 “제가 큰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입이 열 개라도 말할 수가 없다”며 “여러 명에게 상처를 줬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7일 만났을 때랑 비교하면 변한 게 전혀 없었다는 것이 장 목사의 설명이다.

장 목사는 1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선장은 당시 면회 내내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면서도 “하지만 여전히 무엇을 어떻게 잘못했는지, 모든 과정에서 어떤 지시 등이 있었는지 등은 들을 수 없었다. 모든 발언이 추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유가족들이 만족할 만한 양심선언에는 미치지 못한 것 같다. 아쉽다”고 밝혔다.

혼자만 무기징역 선고받은 것이 억울하지 않느냔 질문에 이 선장은 그저 자신의 잘못에 대한 벌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유가족분들의 얼굴을 볼 수 있겠는가. 얼굴을 본다고 해도 차마 할 말이 없다”며 “(유가족들의) 상처 회복을 위해 목사님이 기도해주면 고맙겠다”고 전했다.

장 목사는 “이 선장은 원래 세월호 선장이 아니었다. 대타로 배를 몰게 됐다. 그런 상황에서 안개 낀 날씨 속에 무리하게 출항했다”며 “배가 가라앉자 탑승객을 두고 도망쳤다. 이 모든 과정에서 어떤 지시가 있었는지 그저 자세히 듣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준석 선장이 장헌권 목사에게 보내온 편지. 장 목사 제공

장 목사는 2014년 이 선장을 비롯해 세월호 선원들의 양심고백을 호소하고자 편지로 소통해왔다. 이 선장은 장 목사에게 심경을 적은 편지 7통을 보내며 간간히 소식을 보냈다. 하지만 2022년부터 연락이 끊겼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면회도 어려웠다. 그러다 이 선장의 안부를 묻기 위해 면회를 신청했고, 올해에만 두 번의 만남이 이뤄졌다. 장 목사는 “편지에 답장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묻자 이 선장이 ‘노안으로 눈이 나빠져 글을 쓰기 어렵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통화 말미. 장 목사의 발언은 유가족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듯했다.

“진상을 규명하는 방법 중에 하나가 이 선장의 고백입니다. 정말로 반성한다면 구체적으로 당시 상황과 진상에 대해 이야기해주셔야겠죠.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우는자와 함께 울라는 말씀을 실천하는 마음으로 진실과 정의길에 함께 하겠습니다. 피해자인 유가족들이 유가족들이 만족할만한 답을 얻을 때까지 이 선장과의 만남을 이어갈 것입니다.”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문서선교 후원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