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의 절반 수준으로 내려앉으며 2007년 이후 1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금리가 높아지면서 외환 매매 이익이 주는 등 총수익이 감소한 영향이다.
한은이 29일 발표한 ‘2023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은 순이익은 1조3622억원으로 2022년(2조5452억원)보다 1조1830억원(46.4%) 감소했다. 이는 2007년 순손실 상태에서 2008년 3조4029억원 순이익으로 흑자 전환한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외환 매매와 유가증권 매매 이익이 감소해 총수익이 크게 줄어든 영향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외환 매매익(9655억원)과 유가증권 매매익(4조7509억원)은 전년보다 각각 1조3414억원, 1조9847억원씩 급감했다. 총비용도 17조5829억원으로 1153억원 줄었지만 총수익 감소폭이 훨씬 컸다.
이덕배 한은 예산회계팀장은 기자설명회에서 “국내 금리가 상승하다 보니 한은이 보유한 외화 채권 가격이 하락하고 외환 매매익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이어 “2022년 환율 변동폭 확대로 외환 매매익이 많이 발생했다가 지난해 줄어든 측면도 있다”며 “유가증권 매매익도 줄어 총수익이 전체적으로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이 팀장은 다만 “한은의 당기순이익은 통화신용정책의 결과”라면서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일반 기업과는 자산과 부채 구성이 완전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손해가 날 경우엔 정부 자금을 받거나 적립금을 당겨써야 하기 때문에 이익을 내는 것은 필요하지만 이익의 규모 자체가 큰 문제는 아니라는 취지다.
한은의 순이익은 30%(4087억원)의 법정적립금 등을 제외하고 9221억원이 정부 세입 처리됐다.
지난해 말 기준 한은의 총자산 규모는 536조4019억원으로 2022년 말(582조8261억원)보다 46조4242억원 줄었다. 코로나19 관련 한시적 지원 조치의 종료에 따른 금융중개지원대출 감소 등의 영향으로 어음대출(19조5262억원)이 21조4488억원 줄었다. 부채(514조918억원)도 46조47억원 감소했다.
한은이 보유한 외화자산(국제통화기금 포지션·금·특별인출권 제외)에서는 미국 달러화가 70.9%, 기타 통화가 29.1%를 차지했다. 직접투자자산은 68.5%, 국내외 자산운용사와 한국투자공사(KIC) 등에 맡긴 위탁 자산이 24.3%, 현금성 자산은 7.2%였다.
한은 자산을 상품별로 보면 정부채가 44.8%로 1년 사이 5.4%포인트 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정부기관채 13.3%, 회사채 10.8%, 자산유동화채 11.7%, 주식 10.9% 등이다. 한은 관계자는 “국제금융시장 변동성이 높게 유지되는 상황에서 신중한 운용 기조를 유지함에 따라 정부채 비중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