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친윤석열)계 핵심이자 국민의힘 공동인재영입위원장인 이철규 의원은 20일 오후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공천과 관련해 “진행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또 “당초 국민의힘에서는 비례대표를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에서 고심해서 결정한 이후 국민의미래로 이관하기로 뜻을 모았지만, 지도부에서 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겨냥했다.
여권 내부에서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윤석열 대통령이 ‘황상무 시민사회수석 사퇴, 이종섭 주호주 대사 즉시 귀국’이라는 한 위원장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윤·한 충돌’이 봉합 수순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한 위원장 측과 이 의원을 포함한 친윤(친윤석열)계가 비례대표 공천을 둘러싼 갈등을 이어가면서 내부 분열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의원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례대표 공천 과정을 비판했다. 이 의원은 특히 자신을 겨냥한 ‘월권 논란’에 대해 “저는 공동인재영입위원장으로서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어떤 분은 월권 아니냐고 하는데, 그러면 한동훈 위원장도, 장동혁 사무총장도 모두 월권이고 모두 다 잘못된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의원은 이어 “저는 당규에 근거해 비대위원장과 사무총장, 국민의미래 공관위원장(유일준)에게 당을 위해 헌신해온 분들, 특히 호남 지역 인사와 노동계·장애인·종교계 등에 대해 배려 의견을 개진한 바 있다”며 “밀실에서 권한없이 청탁한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자신이 비례 후보 명단에 특정 인사를 반영할 것을 요청했고, 이 과정에서 한 위원장과 고성이 오갔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비례대표 선정에 참여하거나, 사적 인연을 갖고 요청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고성과 삿대질이 오갔다는 식의 왜곡 보도가 난무하고 있다”며 “배후에 누가 있는지 기자들은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이나 친한(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장 사무총장을 겨눈 발언이라는 해석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장 사무총장은 이날 공지를 통해 “공천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당내 잡음으로 공천 결과 자체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건 당원·국민들이 바라는 일이 아니다”면서 “사무총장인 저는 총선 승리를 위해 일일이 반박 입장을 내지 않겠다”고 밝혔다.
여권 내부에서는 이제 공이 결국 한 위원장 쪽으로 넘어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위원장이 ‘비례 명단 조정’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국민의힘의 내부 충돌이 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한 위원장이 비례대표에 호남 인사 추가 안배 등 친윤계의 요청을 일부 수용하면서 갈등을 봉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국민의힘 수도권 의원은 “한 위원장이 수도권 표심을 감안해 윤 대통령과 친윤계에 더욱 각을 세우는 전략을 구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구자창 정우진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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