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내걸었지만 막상 출산의 ‘첫 관문’ 역할을 하는 결혼을 장려하는 정책은 충분치 않다는 평가다.
20일 국회 예산정책처가 지난해 발간한 ‘인구위기 대응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저출산 관련 주요 세제지원 정책은 대부분 출산·양육 분야에 집중돼 있다. 출산·보육수당 비과세를 필두로 자녀 기본공제, 자녀 세액공제, 자녀장려금 등이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반면 혼인을 장려하기 위한 굵직한 세제지원책은 올해 시작된 혼인·출산 자녀 증여세 공제 혜택뿐이다. 2008년까지는 총급여 2500만원 이하의 근로소득자가 결혼할 경우 100만원의 소득공제 혜택을 제공했지만 지금은 중단된 상태다.
문제는 결혼이 출산으로 이어지는 핵심 관문이라는 점이다. 특히 혼외 출산 비중이 극도로 낮은 한국에서는 혼인 증가가 사실상 출산율 상승을 뜻한다. 2020년 기준 한국의 혼외 출산 비율은 2.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41.9%의 17분의 1 수준이다. 혼외 출산 장려로 저출산에 대응한 프랑스(60.4%), 스웨덴(54.5%)과는 상황이 전혀 다른 셈이다.
일각에서는 세계적 추세를 거스르고 ‘혼인 반등’을 끌어낸 헝가리 사례에 주목하고 있다. 헝가리 통계청에 따르면 이 나라의 연간 혼인 건수는 2011년 3만6000건에서 2021년 7만2000건으로 10년 사이 2배로 늘었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20·30대 여성의 고용·출산 보장을 위한 정책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OECD 국가 중 조혼인율(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이 가장 높은 나라는 헝가리(6.9건)였다. 한국(4.2건)의 1.7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 같은 성과를 만든 헝가리식 혼인 장려 정책의 핵심은 ‘퍼주기’에 가까운 대규모 현금 지원이다. 헝가리는 40세 미만 초혼 여성에게 약 4000만원에 달하는 무이자 대출을 제공한다. 여기에 자녀 출산을 탕감 조건으로 건다. 자녀를 2명 출산하면 대출액의 3분의 1을 탕감하고, 3명 이상 출산하면 대출액 전액을 탕감하는 식이다. 4명 이상 아이를 낳은 여성에게는 소득세도 평생 면제한다.
다만 이 같은 ‘헝가리 모델’을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장 큰 이유는 재정적 부담이다. 헝가리는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5~6%에 이르는 비용을 혼인·출산 지원에 투입한다. 한국은 GDP의 1.5%만 관련 대책에 투입되고 있다. 비정규직·정규직의 격차가 크고 강도 높은 경쟁이 벌어지는 한국사회의 특수성도 고려해야 한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해외와 한국은 (혼인 감소의) 원인이나 관련 제도부터 차이가 있어 문제는 우리 스스로 풀어야 한다”며 “결혼 전에 내 집 마련을 마쳐야 하는 높은 허들을 해소하지 않고는 혼인 감소를 극복하기 어렵다”고 조언했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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