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네스북 오른 140살 로고 재단장?…“내 사자 돌려놔”

기네스북에 등재된 기존 사자 사체 삽화에서
21세기 청중에게 어필하기 위한 새 로고로 재단장
英교계 반발 자아내

기네스북에 등재된 기존 라일스골든시럽 패키징(왼쪽)과 리뉴얼된 로고가 들어간 패키징의 모습. 라일스골든시럽 공식 홈페이지 캡처

영국인이라면 누구나 알 정도로 유명한 시럽 브랜드가 최근 로고 변경을 발표하며 현지 교계 등에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 브랜드는 1883년부터 140년이 넘도록 함께한 로고로 기네스 세계기록에 등재된 영국 ‘라일스골든시럽(Lyle’s Golden Syrup)’이다.

라일스골든시럽은 짙은 녹색 틴케이스 위에 그려진 황금색 사자 사체와 벌떼 로고가 트레이드마크다. 로고 아래에는 ‘강한 자에게서 단 것이 나왔느니라(삿 14:14)’라는 슬로건 글귀가 적혀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자 라일스골든시럽의 창업자인 아브람 라일이 고안해낸 디자인이다.

라일스골든시럽의 기존 패키징. 라일스골든시럽 공식 홈페이지 캡처

라일스골든시럽의 기존 로고는 구약성경 속 삼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사기 14장에서 삼손은 자신의 결혼식을 위해 부모님과 함께 소라에서 딤나로 내려간다. 그러던 중 딤나의 한 포도원에서 젊은 사자를 마주한다. 여호와의 영이 강하게 임하자 삼손은 맨손으로 사자를 찢어 죽인다. 얼마 뒤 다시 찾은 사자의 사체에서 삼손은 사체에 튼 벌집을 발견해 그 꿀을 손으로 떠먹고 부모님에게도 가져다드린다. 훗날 자신의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들을 위해 ‘먹는 자에게서 먹는 것이 나오고 강한 자에게서 단 것이 나왔느니라’라는 수수께끼 문제를 낸다. 라일스골든시럽의 로고와 슬로건은 바로 이 수수께끼에서 비롯된 것이다.

라일스골든시럽의 변경된 로고. 라일스골든시럽 공식 홈페이지 캡처

지난달 새롭게 단장된 로고엔 성경 말씀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슬로건은 물론, 사자 사체와 꿀벌 떼를 모두 없앴다. 로고엔 사자의 얼굴과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찾기 어려운 꿀벌 한 마리만이 남아있다.

140년간 함께한 상징적인 로고를 바꿔버린 이유는 무엇일까. 제임스 화이틀리 라일스골든시럽 브랜드 총괄자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21세기 청중에게 어필할 수 있고 현대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신선하고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라일스를 재탄생시켰다”며 “(다른 제품은 모두 새로운 로고가 그려진 디자인으로 변경되지만) 틴케이스 제품에 한해 기존 디자인의 제품 역시 계속해서 생산할 것이다. 기네스 세계기록을 포기할 계획도, 리뉴얼 계획을 철회할 생각도 없다”고 전했다.

오리지널 디자인은 틴케이스에 한해 계속 생산할 것이기에 기네스 세계기록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게시글. 프로필 사진은 바뀐 로고로 변경돼있다. 라일스골든시럽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영국 성공회 등 현지 교계와 시민들은 이에 ‘(다른 패키징에도) 사자를 돌려놔라’ ‘재탄생시킨다는 명목으로 오랜 전통을 버려서는 안 된다’는 반응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잉글랜드 국교회 구성원들은 “우리는 기독교 국가이고 기독교 역사를 배경으로 세워진 나라임에도 점점 이 나라에 기독교인들이 설 수 있는 자리가 없어지는 느낌이다”라며 “라일스가 이 결정을 재고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현지 기독교 단체인 크리스천 컨선 역시 “라일스가 브랜드의 지속적인 매력을 순간적인 유행과 맞바꿨다”고 말했다.

자신이 아브람 라일의 후손이라고 주장한 알렉산더 링클레이터씨는 SNS를 통해 “이 불필요한 디자인 리뉴얼이 정말로 필요했느냐”고 의문을 제기키도 했다.


알렉산더 링클레이터 SNS 캡처

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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