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멀어진 최장수 상원 리더, 매코널…“11월 사임”

입력 : 2024-02-29 06:09/수정 : 2024-02-29 06:52

미치 매코널 미국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오는 11월 리더 자리에서 내려오기로 하고, 차기 지도부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공화당 정통파를 계승하는 대표적 인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이념적 대척점에 있다. 친트럼프계 인사가 상원 당권을 장악할 경우 공화당은 미국 우선 고립주의 색채가 굳어지게 된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28일(현지시간) 의회에서 “인생에서 가치를 가장 인정받지 못하는 재능 중 하나는 삶의 다음 장으로 넘어갈 때가 언제인지 아는 것”이라며 “나는 이번이 공화당 상원 지도자로서의 마지막 임기가 될 것이라는 점을 말하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원내대표 자리에선 물러나지만 2027년 1월까지인 상원의원 임기는 유지하기로 했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항상 제 일의 말로에 대한 완전히 명확하고 평화로운 순간을 상상해 왔다”며 “내가 굳게 믿는 이상을 지키는 데 일조했다는 확신이 드는 순간이며, 오늘 그 순간이 찾아왔다”고 말했다. 또 “아버지의 시간은 여전히 무패(누구도 노화가 신체 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극복하지 못한다는 뜻)지만, 나는 뒷자리에 앉아 동료들이 이름이나 기억해주길 바라는 젊은이가 아니다”며 “이제는 다음 세대의 리더십이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1985년 공화당 최연소 상원의원이 됐고, 2006년부터 17년간 최장기 당 리더로 활동해 왔다. 수십 명의 참모가 회의장 뒤편에 서서 그의 발표를 들었고, 일부는 눈물을 닦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지난해 3월 넘어져 뇌진탕 진단을 받았고, 이후 기자회견 도중 수십 초간 말을 잇지 못하는 장면이 두 차례나 목격되기도 했다. 그의 보좌관들은 그러나 이번 지도부 사임 발표가 그의 건강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매코널은 사임을 결정한 구체적 이유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외신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주목했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 그와 연대해 현재의 보수 우위 연방대법원 구조를 확립했다. 그러나 2020년 트럼프의 대선 사기 주장을 비판하며 완전히 갈라섰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당시 “트럼프는 탄핵당할 만한 일을 했다”고 비판했고, 트럼프는 “매코널 공화당은 성공하지 못한다”며 그가 물러날 것을 종용해 왔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그동안 세계에서 미국의 역할을 강조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개입주의 견해를 강력히 지지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최근 우크라이나 지원안이 담긴 안보 패키지 예산안의 상원 통과를 주도했다.

매코널 결정에 대해 친 트럼프계 J.D. 밴스 상원의원은 “무너진 국경으로 들어온 펜타닐이 자국민을 살해하고 있다는 사실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더 중요하다고 여긴다”며 “(자신의) 기대수명을 줄이는 일”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그래서 매코널의 사임 결정은 공화당이 전통적 보수주의와 강력한 국제 동맹을 상징하는 ‘레이거니즘’에서 극단적 고립주의와 포퓰리즘을 추구하는 ‘트럼피즘’으로 이념적 전환을 진행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AP통신은 평가했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이날 연설에서도 “나는 자유 세계의 리더로서 대체 불가능한 미국의 역할에 대해 믿고 있다”고 말했다. 또 “나는 지금 이 순간 우리 당의 정치를 잘 알고 있지만, 레이건이 말한 ‘언덕 위의 빛나는 도시’를 보존하기 위해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렬하게 믿는다”고 강조했다. 또 “나는 여전히 비판자들을 완전히 실망하게 할 수 있는 충분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고, 모든 열정을 다해 그렇게 하려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정치에서 ‘한 시대의 종료’ 서막을 알리는 신호”라며 “매코널을 대체하기 위한 약 1년간의 경선 과정이 시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유력 후보로는 존 툰 원내 수석부대표와 존 코닌, 존 바라소 상원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모두 이번 경선 과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를 선언했다. 이들보다 더 강력한 트럼프계 인사가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악시오스는 “트럼프계는 매코널 사임이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공화당을 완전히 장악할 수 있는 마지막 단계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매코널의 사임 발표가 유감스럽다. 나는 그를 신뢰해왔고, 우리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우리는 지옥처럼 싸우지만, 그는 단 한 번도 거짓을 말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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