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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마련해도 주차난 계속…‘빈집 활용 주차장’도 쉽지 않아

차 1대당 주차면 2면 이상이어야 주차난 해소 가능
빈집 1채 헐어서는 주차장 못 만들어


서울 노원구에서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는 백모(30)씨는 퇴근 후 아파트 단지에 도착해도 집까지 들어가는 데 한참 걸린다. 수차례 단지 주차장을 돌고 나서야 주차할 수 있어서다. 그마저도 변속기를 풀고 다른 차 앞에 이중 주차를 하는 경우가 많다. 1세대 1대 주차가 가능한 이 아파트에서 주차난은 일상이다. 백씨는 “단지 앞 도로에 차를 세웠다가 주차위반 딱지를 받은 적도 있다”면서 “집을 샀는데 주차장은 빼고 산 기분”이라고 말했다.

아파트의 주차난은 이웃끼리 갈등도 유발한다. 최근 재개발된 인천의 한 아파트는 지난해 11월 입주 이후 후 주민 갈등이 커졌다. 전체 주차 면적은 가구당 1.12대를 반영했지만 일반 분양과 조합원 세대 간 차등을 둬 일반 분양이 많은 동의 주차 면적이 가구당 0.5대에 못 미쳐서다.

아파트 단지를 넘어 도시 전체로 넓혀 주차난을 바라보면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충분한 주차장 면적을 판단하는 기준인 주차장 확보율은 주차장 면수를 자동차 등록대수로 나눈 값인데, 이 값이 100%여도 주차난은 해소되지 않는다. 100%를 넘어서면 자동차 1대당 1면 이상의 주차공간이 있다는 뜻이지만 이것으로는 충분치 않다. 신우재 서울디지털재단 책임연구원은 2020년 ‘서울시 주차문제 해결을 위한 주차장 이용 효율 향상 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이상적인 최소 주차장 확보율은 200%”라고 지적했다. 출발지와 목적지가 다를 수밖에 없어 차량 1대는 최소 2대의 주차장 수요를 발생시킨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전국 주차장 확보율은 200%에 턱없이 못 미친다. 전국에서 가장 주차장 확보율이 높은 서울도 137.1%에 불과하다. 대전시(121.0%), 경기도(114.0%) 등도 마찬가지다.

지방자치단체는 빈집을 허물어 주차장으로 활용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전국에는 9만6549가구 빈집이 있다. 하지만 일차적으로 빈집 1채의 면적이 주차장을 만들기에 부족하다는 문제가 있다. 인근의 빈집을 여러 채 동시에 허물어야 실효성 있는 주차장을 공급할 수 있지만 빈집 소유주 여러 명을 동시 설득하는 건 쉽지 않다. 정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빈집은 사유재산이므로 (소유주들은) 재건축·리모델링 등을 통한 경제적 이익 실현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빈집의 위치도 문제다. 주차난이 심각한 건 자동차가 대중화하기 전 주차 공간을 확보하지 않은 채 지어진 건물이 많은 구도심 상업지역이다. 그런데 상업지역 빈집은 전체의 5.2%에 불과하다. 특히 서울은 빈집 115가구만 상업지역에 있다. 주거지역에 있는 빈집도 비탈길이나 좁은 골목에 있어 주차공간으로 활용하기에 한계가 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26일 “빈집 상태인 곳은 입지적으로 수요가 별로 없는 곳이라는 뜻”이라며 “빈집을 활용해 주차장을 조성하려면 충분한 운영 소득이 나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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