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경쟁을 중단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선거 사기 주장을 반박하고, 그의 보복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트럼프와 결별 선언을 한 것이어서 공화당 경선에 파문이 일지 주목된다.
헤일리는 20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유세에서 “여러분 중 일부는 내가 그만두는지 알아보려고 왔겠지만 나는 그러지 않을 것”이라며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 이후에도 나는 마지막 한 명이 투표할 때까지 레이스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트럼프 보복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그에게 아무것도 기대하고 있지 않다”며 “나 자신의 정치적 미래는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는 말도 했다.
헤일리는 “미국인들은 단 한 명의 후보가 99% 득표율을 얻는 소련식 선거가 아닌 선택권을 가질 자격이 있다”며 “트럼프는 무엇보다도 우리가 선거를 조작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현재 트럼프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많은 공화당 정치인들이 개인적으로는 그를 두려워하고 있다”며 트럼프가 재앙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발언하기를 두려워한다고 지적했다.
헤일리는 트럼프와 조 바이든 대통령을 “점점 더 늙어가는 두 노인”이라고 지칭하며 “정상을 혼돈으로 대체했다. 미국이 절실하게 단합해야 할 시기에 분열자들”이라고 비판했다. 아프리카에서 복무 중인 남편을 언급할 때는 울먹이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를 겨냥한 헤일리의 이번 발언이 공화당 경선 과정에서 나온 가장 강력한 수위였다고 평가했다. 트럼프와 대척점에 서며 화합하기 어려운 수준이 됐다는 것이다.
현재 여론조사 상 헤일리가 트럼프를 이길 수 있는 지역은 없다. 서퍽대와 USA투데이가 헤일리의 정치적 고향인 사우스캐롤라이나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지난 15~18일 투표 의향층 500명 대상)에서 응답자 63%는 트럼프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헤일리 지지는 35%에 불과했다. 헤일리는 중도와 진보층에서 강세를 보였지만 전반적인 경쟁력은 크게 떨어졌다.
헤일리는 그러나 이런 분위기에 대해 “내가 트럼프를 이길 수 있는지 묻는 것보다 트럼프가 1년 내내 법정에 머물며 어떻게 대선에서 이길 수 있는지 물어보라”고 반박했다. 그는 AP통신과 인터뷰에서 다음 달 5일 ‘슈퍼 화요일’(16개 주 동시 경선)을 언급하며 경쟁을 계속할 의지를 강조했다.
실제 헤일리는 오는 27일 미시간주 코커스를 겨냥한 TV 광고에 50만 달러 이상을 지출했고, 미네소타·콜로라도·유타·버지니아·노스캐롤라이나·매사추세츠 등 11개 지역 유세도 계획 중이다.
AP는 “일부 공화당원들은 헤일리가 계속 패배하더라도 경선에 계속 참여하도록 독려하고 있다”며 “트럼프가 중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거나 또 다른 대형 스캔들에 휘말리면 헤일리의 레이스는 7월 공화당 전당대회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헤일리가 공화당 경선을 오래 끌수록 트럼프에게는 악재다. 사법리스크로 이미 자금 압박을 받는 트럼프 측 부담이 가중되는 데다, 헤일리의 비판이 중도층 이반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헤일리가 트럼프를 비판할 때마다 이를 부각하는 전략도 취하고 있다.
트럼프 캠프 측은 헤일리에 대해 “가상현실에서 통곡하는 패배자 같다. 그녀는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로부터 거부당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다음 달 12일, 늦어도 19일이면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를 확정할 수 있는 대의원 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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