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더불어민주당의 ‘현역의원 하위 20% 감점’ 기준을 두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하위 1%에 들어갈 것 같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비명(비이재명)계에 대한 ‘공천 학살’ 논란으로 내홍을 겪자 그 틈을 파헤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여권 내부에서는 국민의힘의 ‘시스템 공천’이 호평을 받고 있지만 긴장감을 늦춰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공천과 관련해 아무런 결정이 나지 않은 지역구가 78개인 상황이다. 이들 78개 지역구 중에서 화약고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시스템 공천이 왜 모든 함수를 통해 다 이재명이 원하는 결과만 나오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재판 다니느라 의정활동 제대로 못했고, 자기 체포동의안 막아보려고 민생을 위한 의정활동 제대로 안 하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공천의 유일한 기준은 ‘친명 횡재’, ‘비명 횡사’라는 게 국민 인식”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나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우리 당에도 곧 닥쳐올 수 있는 일”이라는 걱정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민주당이 현역 컷오프 작업에 좀 더 일찍 시동을 걸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국민의힘에서 공천 신청자가 있는 지역구는 전체 253개 중 242개 지역구다. 이 242개 지역구 가운데 단수추천·전략공천(우선추천)·경선 여부가 미정인 보류 지역구는 아직 78개(32.2%)가 남았다. 20일까지 컷오프된 현역 의원은 아직 비례대표 최영희·서정숙 의원 2명뿐이다. 앞서 공천관리위원회는 전국을 4개 권역으로 나눈 뒤 권역별 하위 10%(7명)를 컷오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국민의힘 텃밭인 대구·경북(TK)의 경우 전체 25개 지역구 중 10곳의 공천 방식이 정해지지 않았다. 국민의힘에서 TK지역은 공천이 곧 당선을 의미하는 만큼 치열한 접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양지’로 꼽히며 주로 우선추천 대상이 됐던 서울 강남 갑·을·병과 서초을도 보류 상태다.
영남권 재선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잡음이 덜한 곳은 정리가 어느 정도 끝났고, 공관위가 자칫 실수하면 반발이 터져 나올 ‘화약고’ 지역만 남았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인물난’ 지적도 있다. 장동혁 사무총장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수도권 공천 보류 지역에 대해 “경쟁력 있는 후보가 없어서 발표를 못한 곳도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당 내부에서는 다른 지역구에서 경선 탈락한 인사 등을 수도권에 재배치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장 사무총장은 부산진갑 공천에서 배제된 박성훈 전 해수부 차관의 수도권 재배치 여부를 놓고 “추가로 논의해보겠다”고 답했다.
국민의힘은 오는 23∼24일 서울·인천·경기·충북·충남·제주 등 20곳에서 1차 경선을 진행한다. 경선 결과는 25일 발표된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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