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친화 앞세운 주주제안 알고보면 사익추구?

주총시즌 앞두고 주주 제안 잇따라
기업 경쟁력 훼손 안건도 제안


행동주의 펀드, 총수 일가 구성원 등이 잇달아 주주제안을 내놓으면서 ‘주총 시즌’ 표 대결을 예고했다. 명분은 주주환원 강화, 지배구조 개선 등이다. 일각에선 이들이 정부의 주주환원 강화 기조, 이에 대한 일반 투자자들의 호응에 편승해 기업 경쟁력을 훼손할 위험이 있는 안건을 제안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주가 부양을 통한 단기 차익 실현, 경영권 분쟁에서의 승리, 펀드 홍보 등 사익을 주주가치 제고라는 공익으로 포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의 박철완 전 상무는 행동주의 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지분율 0.03%)에 주주제안 권리를 위임했다고 15일 공시했다. 이를 바탕으로 차파트너스는 금호석유화학 측에 자사주 전량 소각,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의 선임 등 안건을 제안했다. 박 전 상무는 공시 이후 “회사의 지배구조 개선, 소액주주 권리 보장, 경영진에 대한 감시와 견제 등에 필요한 권한을 차파트너스에 위임했다”고 설명했다. 박 전 상무는 지난 2021년 자신이 아닌 박준경 사장(당시 전무)을 중심으로 금호석유화학 후계 구도가 구체화하자, 삼촌인 박찬구 회장과의 공동보유 특별관계를 해소했다. 이후 2년간 주주제안을 통해 박 회장 측과 경영권 분쟁을 벌였지만, 매번 표 대결에서 졌다. 요구사항은 자신이 내세운 사내·사외 이사진 선임, 배당 확대, 경영진·이사회 변화 등이었다.

한미약품도 경영권 분쟁의 한 쪽 당사자가 주주제안을 내놨다. 한미약품그룹이 지난 1월 OCI그룹과의 통합 계획을 밝힌 이후 창업주 장·차남이 거세게 반대하고 나서면서 경영권 갈등이 촉발됐다. 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 차남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는 자신들, 그리고 자신들이 정한 4명의 후보자 등 총 6명을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주주총회에 부쳐 달라며 주주제안권을 행사했다. 이들은 “주주제안의 목적은 단순 이사회 진입이 아니라, 선대 회장의 뜻에 따라 지주사와 자회사의 각자 대표이사로 한미그룹을 경영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행동주의 펀드 5곳과 맞서고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 15일 다음 달 정기 주주총회에 영국계 자산운용사인 시티오브런던 등 5곳이 공동 제안한 자사주 매입과 현금배당 안건을 의안으로 상정한다고 밝혔다. 행동주의 펀드의 요구 이행에 필요한 돈은 총 1조2364억원 규모다. 다만 5개 헤지펀드들의 합산 지분율(1.46%)이 낮아 제안의 수용 가능성은 작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일반 주주 관점에서 상정 안건이 매력적일 수 있다는 점이 변수다. 삼성물산 측은 주주들에게 “1조원 넘는 규모의 현금이 유출된되면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 재원 확보가 어렵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짧은 기간에 주가를 올림으로써 보유 지분을 비싸게 팔고 나가거나, 자신들이 회사 경영권을 얻거나, 펀드 이름을 홍보하는 등의 사익 추구를 주주 친화로 포장하는 측면이 있다”며 “정부의 주주환원 강화와 이에 대한 일반 투자자들의 호응에 편승하는 세력의 무책임한 제안이 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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