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기획재정부가 운영하는 국민참여예산 홈페이지 게시판에선 멀쩡한 제안을 찾아보기 어렵다. 무의미한 제안을 대량으로 투하하는 ‘악성 민원인’ 한 명이 제안 창을 점령한 탓이다.
15일 국민참여예산 홈페이지에는 2025년도 예산 반영을 요구하는 사업 제안이 621건 올라와 있다. 문제는 그중 4분의 3에 가까운 457건이 동일한 민원인의 글이라는 사실이다. 해당 민원인은 하루에도 두세 건씩 사업 제안을 내놓지만 현실적인 내용은 찾기 어렵다. ‘개그맨 A씨를 빅데이터 가치창출 홍보 모델로 써달라’ ‘지구촌 풋살 중계를 구축해달라’ 등 얼토당토않은 제안이 주를 이룬다.
담당 부처인 기재부도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이대로는 제안 홈페이지가 악성 민원에 파묻혀 제 기능을 잃을 판인데, 이조차도 엄연한 국민의 제안이어서 함부로 건드리기가 어려워서다. 기재부 관계자는 “대부분 검토할 가치조차 없지만, 이를 삭제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여서 고민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참여예산이 악성 민원인의 놀이터로 전락한 이유는 ‘국민 참여’가 줄었기 때문이다. 오는 5월 15일 마감되는 내년도 국민참여예산 사업 제안은 문제 민원인의 몫을 제외하면 채 170건도 쌓이지 않았다. 남은 기간을 고려해도 2043건이던 지난해 예산안 편성 당시 보다 턱없이 적은 숫자가 모일 전망이다.
더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정권 교체 이후의 우선순위 하락이 꼽힌다. 2017년 문재인정부에서 도입된 국민참여예산은 윤석열정부 출범 뒤 사실상 ‘찬밥 신세’가 됐다. 기재부는 담당 부서였던 참여예산과의 명칭을 재정정책협력과로 바꾸고 전담 인원을 사무관 1명으로 줄였다. 매년 나오던 국민참여예산 실적 보도자료도 배포가 중단됐다. 2022년 예산에 70건이 반영됐던 국민참여예산은 올해 예산에 13건밖에 반영되지 않았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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