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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면 죽어서 나온다” 따가웠던 시선 변해 “14일의 행복 주는 곳”

환자들의 남은 삶에 소망 심는 ‘호스피스’
의료진·봉사자 헌신에 보호자도 위로 받아

입력 : 2024-02-09 12:09/수정 : 2024-02-11 00:08
우쿨렐레 자원봉사팀이 지난 6일 경기도 수원기독호스피스에서 환자를 위해 연주하고 있다.

“당신이 외로이 홀로 남았을 때 당신은 누구에게 위로를 얻나. 주님은 아시네 당신의 마음을.” 지난 6일 경기도 수원기독호스피스(회장 김환근 목사)에는 따뜻한 우쿨렐레와 부드러운 목소리가 가득했다. 자원봉사자들이 복도에서 우쿨렐레를 연주하며 찬송을 부르는 것이다. 10여분의 연주 끝에 봉사자들이 “아멘”을 외치자 복도 사이에 있는 병실 안에서 잇따라 “아멘” 소리가 들려왔다.

“이 ‘아멘’ 소리 들으려고 매주 온다니까요.(웃음).” 지난 3월부터 매주 1회 우쿨렐레를 연주하고 있다는 봉사자 고혜진씨는 “환자를 대면하지 못하고 복도에서 연주해야 하지만 ‘아멘’ 목소리를 통해 환자들과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쿨렐레 봉사자들 모두 가족을 이곳에서 떠나보낸 이들로 환자들에게 음악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알고 있었다. 의료진을 도와 환자를 돌보는 홍희복 보조사는 “환자들이 이 시간만을 기다리고 때론 우쿨렐레 소리에 눈물을 보이거나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기도 한다”며 “이분들에겐 우쿨렐레가 단순한 연주가 아니라 마음을 어루만지는 치료”라고 말했다.

1995년 설립된 수원기독호스피스는 말기 암과 같이 현대의학으로 완치가 어려운 환자 17명이 입원해 있는 곳이다. 전문의료진 17명과 자원봉사자 150여명은 환자들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평안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영적으로 지지하면서 그들이 삶을 잘 정리하도록 돕는다. 환자들은 평균 14일 정도 이곳에 머물다 세상을 떠난다.

이승연(왼쪽) 치료사가 지난 6일 경기도 수원기독호스피스에서 환자가 점토의 촉감을 느끼게 돕고 있다.

호스피스 활동의 하나인 다양한 체험은 환자는 물론 보호자들까지 위로한다. 이승연 치료사가 오자 의사소통이 어려운 환자들이 마치 ‘안녕하세요’라고 말하듯 몸을 일으키려 했다. 이 치료사는 책 ‘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를 읽어주며 “어르신 예전 부엌은 어떤 모습이었나요” “만두 맛있어 보이죠” 라고 말을 건넸다. 환자들이 부드러운 촉감을 느낄 수 있도록 점토를 손에 쥐여주기도 했다.

환자와 보호자 모두 환한 미소로 화답했다. 미술 치료가 두 사람 모두에게 큰 위로가 되는 것이다. 6개월째 남편을 간호 중인 부인 윤양자씨는 “일반 병원에 있을 땐 남편과 나 모두 우울하고 힘들었는데 남편이 이곳에 와서 편안하고 온화하게 바뀌었다”며 “한 달도 못살 거라던 남편이 6개월째 살아가고 있다”고 웃었다. 윤씨는 “대소변조차 기꺼이 받아주는 의료진 덕분에 남편이 버티고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우쿨렐레 봉사자들과 마찬가지로 이 치료사 역시 2008년 이곳에서 아버지를 떠나보냈다. 환자와 보호자에게 호스피스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깨닫고 봉사를 시작한 지 벌써 15년째다. 그는 몇 년 전 밸런타인데이에 보호자가 환자에게 편지를 썼던 수업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남편에게 처음 편지를 받아봤다며 눈물을 보이던 환자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어요. 찰나의 순간도 이들에겐 소중한 시간이거든요. 그 시간을 값지고 행복하게 보내게 해주려고 노력합니다.”

김헌규(오른쪽) 목사가 최근 경기도 수원기독호스피스에서 환자에게 세례를 베풀고 있다. 수원기독호스피스 제공

수원기독호스피스는 신앙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든 환영하고 있다. 신앙을 강요하지도 않지만 하나님의 사랑을 기초로 한 헌신에 감명을 받아 비신자였던 환자도 대부분 세례를 받는다고 한다. 김환근 목사는 “환자 한 사람을 구원하는 일은 그 가족까지 최소 열 사람을 구원하는 일”이라며 “환자의 회심을 보고 복음을 접한 가족들이 환자와 함께 공동 세례를 받는 일이 빈번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호스피스 세례는 가장 나약하고 연약한 순간에 하나님께서 주시는 평안으로 인도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호스피스는 환자가 가진 고통과 죽음의 두려움을 완화하고 편안한 마지막을 맞이하게 돕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김 목사는 초창기 호스피스 사역을 시작할 때 ‘저 목사에게 기도 받으면 죽는다’ ‘호스피스에서 사람이 죽어 나가는 모습이 불편하다’고 수군대던 주민들이 이제는 ‘기독교가 없으면 복지의 사각지대가 무너질 것 같다’고 말해준다고 전했다.

그는 “호스피스는 하나님이 주신 생명을 사랑하고 하나님의 형상에 따라 창조된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회복시켜주는 사역”이라며 “환자의 80년의 세월 중 14일 만이라도 어루만져주고 구원하도록 호스피스 사역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글·사진 서지영 인턴기자 jong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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