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한 60대 남성을 집 앞 야외 계단까지만 데려다준 경찰관들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 남성은 한파 속에서 저체온증으로 사망했는데, 이 죽음에 경찰관들의 책임이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온 것이다. 일선 경찰들은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반발하고 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서울 강북경찰서 미아지구대 소속 A경사와 B경장에게 지난해 11월 각각 벌금 500만원과 4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강북경찰서는 같은 달 징계위원회를 열고 이들에게 경징계를 내렸다.
사건은 지난 2022년 11월 30일 발생했다. 한파 경보가 발령돼 서울의 최저기온이 영하 8.1도를 기록한 날이었다.
A경사와 B경장은 ‘주취자가 거리에 쓰러져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오전 1시28분쯤 만취한 60대 남성 C씨를 강북구 수유동에 있는 다세대 주택 문 앞까지 데려다줬다.
이들은 C씨를 집 앞 계단 앞에 앉혀놓고 C씨가 집 안에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지 않은 채 현장에서 철수했다.
문 앞에서 잠이 든 C씨는 6시간 뒤 숨진 채 발견됐다.
이에 경찰은 당시 날씨와 C씨의 상태 등을 고려해 A경사와 B경장이 구호 조치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고 이들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르면 경찰관은 술에 취해 자신 또는 다른 사람의 생명 등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사람을 보호해야 한다.
피해자 유족은 두 경찰관에 대한 처벌불원서를 냈지만, 검찰은 지난해 9월 이들을 약식 기소했다.
현장 출동 경찰관의 법적 책임을 묻는 판결이 나오자 일선 경찰관들은 반발하고 있다. 모든 주취자에 대해 모두 집 내부까지 데려다주고 이를 확인할 경우 경찰 본연의 업무인 치안 등에 공백이 생길 우려가 있다는 취지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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