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탈당을 선언했다.
이 전 대표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4년 동안 몸담았던 민주당을 벗어나 새로운 위치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대한민국에 봉사하는 새로운 길에 나서겠다”며 “마음의 집이었던 민주당을 떠나는 것은 참으로 괴로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이 자랑했던 김대중‧노무현의 정신과 가치, 품격은 사라지고 폭력적이고 저급한 언동이 횡행하는 1인 정당, 방탄 정당으로 변질했다”며 “민주당의 정신과 가치를 지키고 구현할 만한 젊은 국회의원이 잇달아 출마를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당내 비판자와 저의 지지자들은 ‘수박’으로 모멸과 공격을 받았다”고 비판했다.
‘수박’은 ‘국민의힘 당색인 빨간색을 마음 속에 두고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을 겉으로 표출한다’는 의미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열성 지지층 사이에서 사용되는 표현이다. 당내 비명(이재명)계 의원이나 당원이 겉은 푸르고 속이 빨간 과일 수박으로 묘사됐다.
이런 상황에서 이 전 대표는 탈당을 결정했다. 그는 민주당 5선 의원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초대 국무총리를 지냈다. 오는 4월 총선을 3개월여 앞두고 민주당을 떠나 제3지대 신당을 창당할 계획을 밝혔다.
이 전 대표는 “무능하고 부패한 거대 양당이 진영의 사활을 걸고, 극한투쟁을 계속하는 현재의 양당 독점 정치구조를 깨지 않고는 대한민국이 온전하게 지속될 수 없다”며 “혐오와 증오의 양당제를 끝내고, 타협과 조정의 다당제를 시작해야 한다. 4월 총선이 그 출발이 되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도와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특권 없는 정치와 성역 없는 법치를 꼭 구현하려 한다. 정권이 검찰의 칼로 세상을 겁박하고, 다수당이 의석수로 방탄하고, 대통령은 거부권으로 방탄하는 현실을 바로 잡자”고 호소했다.
이 전 대표는 하루 전 탈당을 선언한 민주당 내 비명계 모임 ‘원칙과 상식’ 소속 이원욱·김종민·조응천 의원과 힘을 모을 뜻도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원칙과 상식’의 동지들과 협력하겠다. 어느 분야에서든 착하고 바르게 살아온 사람들이 그 길에 함께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제안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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