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커터칼 피습’을 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병상에서 처음 한 말로 알려진 “대전은요?” 발언의 배경을 두고 서로 다른 주장이 나오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발언이 ‘참모진의 의논 결과’라는 주장이 제기되자 또 다른 참모진은 ‘실제 발언’이었다고 반박했다.
당시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낸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3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시 박근혜 대표의 공보특보였던 구상찬 전 의원에게서 전화를 받았다면서 “‘조금 있으면 (박 대표가) 마취에서 깨어나실 텐데, 첫마디를 뭐라고 했다고 발표해야 하느냐’고 물어보기에, 둘이 의논했다”고 밝혔다.
윤 전 장관에 따르면 윤 전 장관은 ‘짧은 발언’이 좋겠다고 했고, 구 전 의원이 “(판세가 박빙인) 대전 관련해서 말하는 게 어떨까요”라고 답했다. 이어 ’표현은 무엇으로 하나’라고 되묻자 구 전 의원이 “대전은요”라고 발언을 다듬었다고 주장했다.
윤 전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박 전 대통령의 발언이 참모진이 만들어낸 발언이라는 취지였다. 윤 전 장관은 “정치판에서 그런 일은 많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현재 입원 치료 중인 이재명 대표의 첫마디도 정치적 의도를 담은 ‘참모진 작품’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로 해석된다.
하지만 윤 장관의 발언에 대해 당시 참모진은 공개적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구 전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대전은요’ 발언은 박 전 대통령이 실제로 했다”며 “윤 전 장관이 시간이 오래 지나서 착각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은 당시 마취에서 깨자 ‘대전은 어떻게 됐어요’라고 물었고, 이를 언론 대응을 위해 확인·전달하는 과정에서 ‘대전은요’로 줄인 것”이라며 “이런 전후 사정을 공유하고자 한 것인데 윤 전 장관이 오해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당 대표 비서실장이었던 유정복 인천시장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 “윤 전 장관의 말씀은 팩트가 다 틀리므로 잠시 착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유 전 시장에 따르면 사건 발생 이튿날(5월 21일) 마취에서 깬 박 전 대통령의 첫마디는 “오버하지 말라고 하세요”였다. 피습 사건에 강력 대응을 주장한 의원들을 향한 메시지였다고 한다.
언론에 알려진 “대전은요?” 발언은 다음 날인 22일 선거상황 보고에 대한 반응이었다고 한다. 유 전 시장이 이를 병실을 나오면서 마주친 기자의 질문에 답해서 외부로 알려지게 됐다는 것이다.
유 전 시장은 “보도 경위도 매우 우연에 가깝다”고 강조하면서 “있지도 않았던 내용으로 진실이 왜곡되고, 박 전 대통령의 진정성이 훼손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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