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발트3국 가운데 하나인 에스토니아가 구소련 국가 최초로 동성결혼(동성혼)을 합법화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에스토니아는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는 가족법 개정안을 지난 1일(현지시간)부터 시행했다.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아르메니아, 벨라루스 등 15개 구소련 국가 가운데 동성혼을 합법화한 국가는 에스토니아가 처음이다.
에스토니아는 2013년부터 동성 커플의 민법상 권리를 보장해주는 ‘시민 결합’(Civil Partnerships)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지난해 6월에는 에스토니아 의회가 찬성 55명, 반대 34명으로 ‘결혼을 두 남녀 사이의 결합이 아닌 두 성인 사이의 결합’으로 인정하는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에스토니아 내 동성 커플은 온라인으로 혼인 신고서를 제출할 수 있게 됐다.
아시아에서도 친동성애 입법이 현실화되고 있다. 싱가포르는 지난 2022년 8월 ‘동성 성관계 처벌법’을 폐지했다. 영국 식민지 시절인 1938년 제정된 형법 377A 조항 ‘성인 남성 사이의 성관계 금지’를 위반할 경우 최고 2년형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한국도 동성혼 합법화에 앞서 동성커플의 권리를 주장하는 법안들이 잇따라 발의된 상황이어서 에스토니아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4월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외 11인은 ‘생활동반자관계에 관한 법률안’(생활동반자법)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기존 ‘혼인 혈연 입양’ 3가지 방법 외에 ‘생활동반자 관계’라는 새로운 법적 관계를 만듦으로써 결혼을 하지 않은 성인 두 명이 서로를 생활동반자 관계로 등록할 경우 법적 권리를 보장받고 사회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친동성애’ 법안이 통과될 경우 동성혼 합법화는 정해진 수순이라고 보고 있다. 빠르면 1~2년 내 동성혼이 허용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의미에서다.
신효성 동성애동성혼반대국민연합 책임연구원은 3일 “시민 결합, 생활동반자법 같은 법안은 동성혼 합법화를 위한 절차”라며 “우리나라 민법은 사실혼 관계로도 보장받는 부분이 많다. 굳이 생활동반자법을 발의한다는 것은 동성혼을 통과시키기 위한 의도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 책임연구원은 지난해 6월 생활동반자법 반대 청원을 진행했다. 이후 청원 기준 5만명 동의를 받아 해당 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으나 ‘중요한 사항이라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유경진 기자 yk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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