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친명(친이재명)계 현역 의원들에 대한 불출마 등 희생 요구 목소리가 커지는 것과 관련해 고민에 빠졌다.
친명계 희생의 모양새를 만들고 싶어도 친명 의원의 상당수가 험지 또는 승패를 장담하기 힘든 지역구를 가진 탓에 섣불리 불출마를 압박할 수도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부닥친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 한 의원은 2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친명계 핵심 의원들 중에 민주당의 당선 안정지역인 호남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이 거의 없어 희생을 막무가내로 요구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어 “험지에 있는 친명계 의원들에게 불출마를 강요할 경우 국민의힘에 그 지역구를 뺏기는 결과만 낳을 것”이라며 “그런 지역구에 친명계 신인이든 비명(비이재명)계 인사 등 계파를 떠나 다른 사람을 보낸다고 해서 당선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주장했다.
친명계 의원들을 향한 불출마 압박은 친윤(친윤석열)계 핵심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더욱 커졌다. 장 의원의 불출마 선언 직후 민주당에서도 홍성국·이탄희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있었지만 친명계 핵심 의원들이 아닌 탓에 파괴력은 크지 않았다.

민주당 지도부도 이에 대한 고민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친명계 의원들에게 무작정 불출마를 촉구하기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특히 보수세가 강한 부산이 지역구인 장 의원과 친명계 의원들의 상황이 다르다는 게 지도부의 항변이다.
부산 같은 영남 지역은 소위 ‘물갈이’를 해도 대세에 큰 지장이 없지만, 친명 의원들이 점하고 있는 지역구는 언제든 국민의힘에 내줄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친명계 좌장으로 꼽히는 정성호 의원(경기 양주)의 경우 4선의 중진이지만 2000년 처음 총선에 출마한 이후 2번 낙선한 경험이 있다.
양주는 최근 신도시 개발로 인해 젊은 층 유입이 늘어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접경지여서 보수성향이 강한 곳으로 평가된다. 현재 정 의원 지역구에 도전장을 낸 당내 경쟁자도 눈에 띄지 않는다.

이재명 대표의 핵심 측근 그룹 ‘7인회’ 소속인 문진석 의원(충남 천안갑)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문 의원도 21대 총선에서 신범철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후보에게 1.42%포인트, 단 1328표 차로 겨우 이겼다. 신범철 당시 후보가 윤석열정부 국방부 차관을 지내며 몸집을 키운 탓에 내년 22대 총선에서는 더욱 쉽지 않은 승부가 펼쳐질 수도 있다.
이 대표가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후원회장까지 맡았을 정도로 이 대표와 가까운 박찬대 의원(인천 연수구갑) 역시 마찬가지다.
연수구는 1996년 15대 총선부터 2012년 19대 총선까지 보수 정당이 한 번도 내주지 않던 곳이다. 황우여 전 부총리가 내리 4선을 지낸 곳이기도 하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연수구가 연수갑과 연수을로 분리된 후 박 의원은 그해 총선에서 214표 차이로 신승을 거뒀다. 민주당 계열의 사상 첫 연수구 승리였다. 이후 박 의원은 재선에 성공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도부 내에선 친명 의원 중 소위 ‘비호감도’가 높은 의원을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분위기까지 감지된다.
지도부의 또 다른 의원은 “국민들에게 거부감을 주는 일부 의원들이 용퇴해주면 좋을 텐데, 그것을 강제로 하다 보면 그 의원들이 반발해 시끄러워지는 것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영선 신용일 기자 ys85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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