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무고한 이선균, 국가권력에 희생” 글 썼다 삭제

Է:2023-12-28 04:58
:2023-12-28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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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 사진)와 경찰 출석 당시 배우 이선균씨. 뉴시스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배우 고(故) 이선균(48)씨에 대한 애도 물결이 정치권에서도 이어지는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SNS에 추모 글을 올렸다가 돌연 삭제했다.

이 대표는 27일 오후 엑스(옛 트위터) 계정에 “고 이선균님을 애도합니다”라며 “범죄로부터 국민을 지키라는 국가 수사권력에 의해 무고한 국민이 또 희생됐다”고 적었다. 윤석열정부와 검찰, 경찰을 겨냥하는 듯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이어 “(이씨의 죽음에) 저의 책임도 적지 않은 것 같아 마음이 참 아프다”면서 “나의 아저씨(이씨의 대표작), 다음 세상에서는 그 편하고 선한 얼굴 활짝 펴시기 바란다. 이승에서의 한은 모두 잊으시고 이제 그만 편히 쉬소서”라고 했다.

해당 글은 28일 자정 가까운 시각에 게시됐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삭제됐다. 이를 두고 순수한 의도가 아닌 정치적 해석이 담긴 추모 글로 보인다는 일각의 비판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27일 서울 종로구 와룡공원 인근 사건 현장에서 이선균의 차량이 옮겨지고 있다. 뉴시스

이씨는 이날 오전 10시30분쯤 서울 종로구 와룡공원 인근에 주차된 자신의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올해 초부터 강남 유흥업소 여실장 집에서 대마초와 케타민 등 여러 종류의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던 상황이었다. 지난 10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대마·향정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뒤 세 차례에 걸쳐 경찰 소환조사를 받았다.

이씨는 줄곧 마약 투약 혐의를 부인해 왔다. 그는 첫 경찰 소환조사 때 소변을 활용한 간이 시약검사에서 음성이 나온 데 이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모발)·2차(겨드랑이털) 정밀 검사에서도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씨는 경찰에 “협박을 당했고 3억5000만원을 뜯겼다”며 유흥업소 실장 등을 공갈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이씨 사망 이후 연예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씨 사건에서) ‘무죄 추정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면서 “검경 수사를 받다가 자살을 선택한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님에도 수사권력과 언론은 책임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배우 고(故) 이선균씨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뉴시스

민주당 출신 윤미향 무소속 의원도 페이스북에 “생전 이씨가 수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이미 범죄자 취급을 받았다. 검경은 언론 보도를 통해 대중이 그를 범죄자로 확신케 했다”며 “여론 재판으로 끝장을 내놓고 수사했다”고 목소리를 냈다.

유정주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씨가 출연한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언급하며 “진심 위로받고 사랑한 작품”이라면서 “막이 끝나는 시점 이선균 배우가 맡은 동훈이(극 주인공)가 소파 아래 앉아 갑작스레 울음을 터뜨렸던, 그 알 듯하면서도 모를 심정에 나도 울었더랬다. 공허하고 쓸쓸한 공기가 떠오른다”고 애도했다.

경찰은 피의자 신분인 이씨가 사망함에 따라 마약 투약 혐의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할 방침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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