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하면 국무부와 국방부, 중앙정보국(CIA) 등 외교·안보라인 요직에 충성파를 임명해 외교 정책을 즉각 전면 수정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유럽 안보 지원을 삭감하고,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더욱 축소하는 식의 한층 강력한 고립주의 정책을 시행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은 18일(현지시간) 전·현직 보좌관과 외교관 20여 명을 인터뷰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선 때) 더 많은 충성파를 확보해 이전 임기 때보다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외교 정책 우선순위를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국과의 무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제를 다루는 국무부 등 연방 기관 입장을 전면적으로 변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트럼프 행정부 초기에는 대통령의 정책이 아닌 자신의 정책 실행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인사가 곧 정책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고립주의 외교정책을 전면 지지하는 충성파를 대외 정책을 다루는 연방기관 전면에 배치해 속도감 있게 정책 변경을 시행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은 “나토 국가들이 국내총생산(GDP)의 최소 2%를 국방에 지출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무역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2기 행정부 테이블에 오를 정책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은 현재도 트럼프 전 대통령과 지속해서 대화하는 핵심 외교 정책 고문으로 2기 트럼프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중국 강경파인 존 랫클리프 전 CIA 국장, 리처드 그레넬 전 국가정보국장 직무대행, 카쉬 파텔 전 백악관 대테러담당관 등도 신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이들은 구체적인 정책에선 일부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트럼프 퇴임 이후에도 그를 적극 옹호해 왔고, 나토나 우크라이나 지원이 과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자신도 재집권하면 중국의 최혜국 대우를 끝내고, 유럽 국방비 지출을 늘리도록 압박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다른 트럼프 측 보좌관들도 “재집권하면 유럽에 대한 국방 원조를 줄이고,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더욱 축소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내외에서 권력을 행사하는 방법에 대해 더 잘 알고, 훨씬 더 대담해진 트럼프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트럼프로 돌아선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트럼프는 나토에서 탈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다른 보좌관들은 이에 대해 “가능성이 작고, 국내의 정치적 역풍을 감당할 가치도 없다”고 부인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내 압도적인 선두를 유지하고 있고,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양자 대결에서도 우위를 보이면서 유럽 외교관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 구상을 파악하기 위해 정보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나토 회원국의 한 외교관은 대선 결과에 따른 여러 시나리오를 자국에 보고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복귀해 1기 때보다 더 극단적인 정책을 펼치는 ‘최악의 옵션’(doomsday option)까지 설명했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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