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여자부 한국도로공사가 마침내 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는 강호 흥국생명을 풀세트 접전 끝에 주저앉히고 6연패의 늪에서 벗어났다.
한국도로공사는 17일 경북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V리그 흥국생명과 3라운드 홈 경기에서 3대 2(25-23, 21-25, 25-22, 19-25, 15-11)로 이겼다. ‘배구천재’ 배유나가 양 팀 통틀어 최다 득점인 25점을 책임지며 승리의 주역이 됐다.
6연패 사슬을 끊는 귀중한 승점 2를 획득한 한국도로공사(승점 14)는 중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반면 흥국생명(승점 36·13승3패)은 승점 1을 쌓는 데 그치며 현대건설(승점 37·12승4패)에 내어준 1위 자리 탈환에 실패했다.
한국도로공사는 1세트를 먼저 따내며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속공과 시간차 공격을 앞세워 흥국생명의 리시브 라인을 흔든 뒤 배유나의 연속 득점으로 리드를 유지했다. 그러나 2세트 들어선 약점인 공격력에서 크게 밀리기 시작했다. 리시브효율은 60-47.6%로 앞섰지만 공격 득점 12-16, 공격성공률 26.7-37.2%로 밀려 세트를 헌납했다.
승부처였던 3세트에선 내리 4점을 따내며 초반 리드를 잡았다. 이때도 배유나의 연속 득점 장면이 빛났다. 3세트 한때 잠시 주춤하며 역전을 허용했지만 배유나의 서브 에이스와 최가은의 블로킹 득점으로 재역전에 성공해 25-22로 세트를 가져왔다.
4세트에선 다시 집중력을 잃었다. 경기 초반 부진했던 김연경이 살아나 강한 백어택을 꽂아넣었고 용병 옐레나 역시 페인트 득점으로 가세하며 2-2로 무게 추를 다시 맞췄다.
그러나 승리의 여신은 한국도로공사의 편이었다. 5세트에선 배유나가 승부를 뒤집는 해결사로 나섰다. 흥국생명의 리시브가 흔들린 틈을 타 타나차와 부키리치의 연속 득점으로 분위기를 가져왔다. 이후 배유나의 연속 오픈 득점으로 매치포인트 도달에 이어 15점을 선취하면서 한국도로공사는 연패 사슬에 종지부를 찍었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이후 흥국생명을 상대로 약 8개월 만에 거둔 승리다. 지난 4월 사상 첫 리버스 스윕을 거두며 V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던 한국도로공사는 올 시즌엔 전력 공백으로 초반부터 고전했다. 지난 1라운드, 2라운드 흥국생명과의 맞대결에서도 모두 셧아웃 패배를 당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이날 승리를 이끈 배유나는 경기 후 “부키리치가 중간에 어깨 통증이 있다고 해서 세터 이윤정에게 (공격을) 저한테 많이 올리라고 했다”며 승리 요인을 짚었다. 이어 “(그동안) 뭔가 될듯 안될듯 경기가 이어져서 선수들도 힘이 많이 빠졌었다”며 “오늘을 계기로 좀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누리 기자 nur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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